조희대 대법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법원마다 판사들이 투표로 법원장 후보를 선출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폐지된 이후 첫 법관 인사를 앞두고, 전국 각 법원 판사 150여 명이 법원장 후보자로 천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없애니 능력 있는 판사들이 이전보다 많이 추천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내년 초 법원장으로 임명할 후보를 추천받는 절차를 지난달까지 마무리했다. 법원행정처는 이번에 소속과 직위를 가리지 않고 모든 사법부 구성원이 법원장에 적합한 판사를 추천하도록 했는데, 150명이 넘는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이 추천됐다고 한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2019년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각 지방법원 판사들이 소속 부장판사 중에서 투표를 통해 법원장 후보를 3명 정도 뽑고, 그중 한 명을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5년 동안 20곳의 지방법원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실시됐다. 그러나 법원장들이 자신을 뽑아준 법관들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라고 지시하지 못해 재판이 지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른바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것이었다. 일부 법원에서는 추천받은 판사가 1명만 나오거나, 최종 추천된 후보자가 없어 다른 지방법원에서 추천받은 판사를 법원장으로 보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별 투표를 없애고, 전체 법원장 후보를 추천받아 법관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원장에 임명하기로 했다. 근무 평정과 경력, 재판 능력을 최우선으로 보겠다는 취지다. 또 기존에 지방법원장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에서만 임명하던 것과 달리,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방법원장으로 뽑겠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이 같은 방침을 밝히면서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후보자가 법원장에 적합한지 검증을 강화해 인사의 객관성과 적격성을 제고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장 인사 원칙이 달라지자 후보군이 크게 늘었다. 내년 초 법원장 교체가 예정된 고등·지방법원은 최소 23곳인데, 추천된 판사 150여 명을 기준으로 하면 경쟁률은 6.5대1이 넘는다. 특히 법원에서 실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66명 중 상당수가 추천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 관계자는 “과거 법원별로 법원장 후보를 뽑는 것보다 전국 단위로 여러 의견을 수렴하다 보니 더 많은 인재가 추천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추천된 판사들 중 일부는 개인적인 이유 등으로 법원장 보임을 고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관인사위는 법원장 추천에 동의하는 판사들을 추려 심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오는 9일 정기 회의를 개최해 법원장 보임 관련 안건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판사들은 법원장 보임 절차에 일선 법관들의 의견이 더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