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로 9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한글과컴퓨터’ 김상철 회장의 둘째 아들이 11일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수원고법 형사3-1부(재판장 원익선)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모(35)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과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김씨는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를 받는 가상화폐 운용사 아로와나테크 대표 정모(48)씨에 대해서도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의 판결을 유지했다.
이날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 판단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형을)변경할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과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 등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9년과 추징금 96억원을, 정씨에게 징역 6년을 각각 구형했다.
김씨 등은 한컴 계열사인 블록체인 전문기업 한컴위드에서 지분을 투자한 가상화폐, ‘아로와나 토큰’을 이용해 90억원대에 달하는 비자금을 조성하고,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상철 회장은 2021년 4월 페이퍼컴퍼니인 싱가포르의 한 회사를 차명으로 인수해 아로와나테크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아로와나테크는 아로와나 토큰 코인 5억개를 발행해 국내 코인 거래소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50원이었던 이 코인은 30분 만에 가격이 1000배 넘게 뛰었고, 상장 당일 최고가 5만3800원에 거래됐다.
김씨와 정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 가상자산 컨설팅 브로커들에게 이 코인 1857만1344개의 운용·매도를 의뢰했고, 코인은 이더리움(1505개), 비트코인(55.3개), USDT(125만1945개)등의 안정적 가상화폐로 바뀌어 김씨의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됐다. 이들이 이렇게 확보한 비자금은 약 96억 원 상당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 돈으로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구입하거나 주식 매입, 신용카드 대금 지급, 백화점 물품 구입 등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로와나테크는 아로와나 토큰 코인을 발행하면서 “디지털 금융사업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이라고 홍보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2022년 9월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원심 재판부는 “한컴그룹의 총수 아들과 자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들은 일반인들의 가상화폐 투자 심리를 이용해 투자금을 끌어모았다”며 “이를 고려하면 이 사건 범죄는 매우 중대하고 사회적 패악이며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검찰은 김 회장 역시 비자금 조성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김 회장이 이 사건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지난 6월 그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