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5월 성폭행범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다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은 최말자씨에 대한 재심(再審)이 열릴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씨가 당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잘못됐다며 청구한 재심을 기각한 원심 결정을 파기 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사건은 최씨가 18세이던 1964년 5월 6일 집 근처에서 생면 부지의 남성 노모(당시 21세)씨로부터 강간을 당할 뻔했던 일이 발단이다. 최씨는 노씨의 성폭행 시도에 강하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그의 혀를 깨물어 약 1.5㎝ 절단했고, 피해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최씨가 이 사건으로 조사받으러 온 첫날 영장 없이 구속해 6개월간 불법 구금했다.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와의 결혼을 강요하기도 했다고 최씨 측은 주장한다. 검찰은 최씨를 ‘중상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1심 재판부는 “혀를 끊어버림으로써 일생 말 못 하는 불구의 몸이 되게 하는 것은 정당한 방위의 정도를 지나쳤다”며 1965년 1월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반면 가해 남성인 노씨는 강간 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 등 혐의로만 기소됐다. 최씨보다 낮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에 최씨는 성폭행 피해 56년 만인 2020년 5월 재심을 청구했다. 최씨 측은 혀를 깨문 것은 정당방위로 봐야 하고, 검찰 수사도 불법적이었다며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부산지법·부산고법은 불법 수사에 관한 증거가 없다며 재심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원심 결정을 뒤집었다. 최씨의 일관된 진술 등에 비춰봤을 때 검사의 위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 같은 불법 수사가 사실이라면 재심 청구를 받아줘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최씨가 검찰에 처음 소환된 1964년 7월 초순쯤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되어 집행된 것으로 보이는 1964년 9월 1일까지 불법으로 체포·감금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원심은 최씨 진술을 깨뜨릴만한 반대 증거나 사정이 존재하는지 사실조사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