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26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12·3 비상계엄 연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노씨 수첩에 ‘NLL 북한 공격 유도’ 등의 문구가 담긴 사실이 알려지며 노씨가 비상계엄 기획자라는 논란이 커지자 의혹을 차단하려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공수처는 노씨가 비상계엄 사태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계속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김 전 장관 측 이하상·유승수 변호사는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씨는 비상계엄 선포나 계엄 사무 수행에 전혀 관련 없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며, 대통령을 전혀 모른다”고 강조했다.
노씨와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의혹에 대해선 “김 전 장관이 노씨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에 대한 국외 세력의 개입에 대한 자문을 구한 적은 있다”면서 “노씨가 국외 정보 업무 관련 지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고, 그 이상의 관여는 없었다”고 했다. 노씨 수첩에서 ‘NLL 북한 공격 유도’ ‘정치인 사살’ 등 메모가 발견된 것에 대해선 “노씨의 사적 영역에서 발생한 일일 뿐이고, 김 전 장관이나 윤 대통령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했다.
일각에선 노씨가 불명예 전역 후 최근까지 무속인으로 활동한 것을 두고 비상계엄과 관련해 무속적 조언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이 “노씨가 전역한 이후에 한 개인 활동을 두고 명예를 훼손하는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검찰, 노상원 첫 소환… 金과 대질도 검토
지난 24일 경찰에서 노씨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노씨를 처음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노씨를 상대로 김 전 장관에게 어떤 조언을 했는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 부인할 경우 김 전 장관과의 대면 조사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비상계엄 이틀 전 노씨와 ‘1차 롯데리아 회동’을 한 정보사령부 김봉규 대령을 이날 소환했다. 공수처는 노씨가 당시 회동에서 별동대 격인 ‘수사2단’을 구성해 선관위를 장악하려는 계획을 김 대령 등과 논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현역 군인 신분인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사건은 이날 군검찰에 이첩했다.
국방부는 ‘2차 롯데리아 회동’ 참석자인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TF장의 직무를 정지했다.
◇공수처, 윤 대통령에게 3차 소환 통보
공수처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29일 오전 10시에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받으라”고 3차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사실상 마지막 소환 통보를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지난 18일과 25일 출석해 조사받으라는 공수처의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관저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 부속실에 특급 우편·전자 공문 등으로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고 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통상 일반 형사 사범의 경우 3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 강제 수사를 검토하지만 대통령의 경우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다”고 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이번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경우 체포 영장 청구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윤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앞서 “수사보다 탄핵 심판이 우선”이라고 했었다.
◇‘정치인 체포조’ 지원 수사에 집중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령부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 등이 정치인 등에 대한 ‘체포조’를 운영한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국방부 조사본부 소속 수사관 10명이 수갑을 소지한 채 출동한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경찰 관계자에게서 “계엄 당시 비상대기할 때 체포 작전에 투입되는 줄 알고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대해 국가수사본부는 체포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전창훈 수사기획담당관은 이날 “계엄 당시 방첩사에서 위치 추적 명단이나 체포 대상자 명단을 전달받은 사실이 일절 없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비상계엄 당시 계엄군이 우원식 국회의장 공관에 투입돼 우 의장을 체포하려 했다는 의혹을 확인 중이다. 경찰은 또 과천 선관위 청사 등에 경찰력을 투입한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을 지난 25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