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오전 8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8시 4분쯤 기자단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수처 수사관들과 함께, 경찰 소속 형사들도 영장 집행을 위해 관저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영장을 집행하는 주체는 공수처이지만, 공수처와 공조수사본부를 꾸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 또한 형사들을 보내 윤 대통령 체포를 지원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공수처 수사관 30명과 함께 경찰 특수단 인원 120명을 투입했다”며 “이중 관저 내부로 진입한 인원은 공수처 수사관 30여명과 경찰 50명”이라고 했다. 나머지 경찰 70명은 관저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6시 13분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한 체포팀 30명을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보냈다. 그랜저, K5 승용차 2대와 카니발 3대에 각각 3~5명씩 나눠 탑승했다. K5 승용차와 카니발 두 대가 먼저 출발하고, 5분쯤 뒤 그랜저와 카니발 한 대가 추가로 공수처 청사를 떠났다.
체포팀은 이날 오전 5시쯤부터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에 있는 공수처로 속속 모였다. 체포팀 일부는 전날 퇴근하지 않고 청사에서 막바지 집행 준비에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날 오전 5시 45분쯤부터 청사 1층 뒷편에 있는 차량에 짐을 싣기 시작했다. 과자 박스 등에 서류 등 물품을 담아 차량 트렁크에 실었다. 각 차량에는 집행 과정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생수 한 두 묶음씩을 싣기도 했다.
정장에 패딩 점퍼를 입은 수사팀 인원 중에는 서류 봉투 등을 들고 있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윤 대통령 측에게 제시할 체포·수색영장 등이 담긴 것으로 보였다.
이날 오전 6시 55분쯤 수사관들이 탄 차량은 윤 대통령 관저 인근의 반포대교를 지나 오전 7시쯤에는 강변북로에 진입했다. 이 소식들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계속 관저 인근으로 속속 집결했다. 경찰 기동대는 이들이 관저 인근으로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에 나섰다. 지지자들은 “체포영장 원천무효” 등 구호를 외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 중 일부는 전날부터 밤샘 농성 중이었다. 이날 관저 앞은 이른 새벽부터 윤 대통령 지지자 수백 명이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관저 인근 앞을 지키고 있었다. 아침이 밝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계속 관저 인근으로 모여들고 있다.
지지자들은 ‘선관위 수사’ ‘부정선거 조사’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우리가 대통령을 지키자” “이재명을 체포하라”라고 외쳤다. 일부 지지자는 “경찰 체포조가 곧 올 수 있으니 더 모여야 한다”며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집결을 호소했다.
경찰은 관저 인근 도로에 47개 기동대(약 3000여명)를 배치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경찰은 관저 앞 도로 2개 차선을 확보하는 등 통제를 강화한 상태다. 관저 인근 인도에서의 시민 통행도 제한되고 있다.
이날 오전 7시 18분쯤 대통령 관저 앞에는 공수처 수사관들이 탄 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관저 앞 경찰 폴리스라인 앞까지 달려가 “통행을 왜 막는거냐” “경찰도 내란세력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반대한다!” “경찰은 공수처의 수사 지휘 거부하고 돌아와라!” “경호처 힘내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 30분 기준 대통령 관저 인근에는 윤 대통령의 체포를 저지하려는 지지자 약 6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집결했다. 경찰은 기동대를 계속 투입하고 경찰버스로 차벽을 추가로 만드는 등 경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 기동대 버스 135대를 현장에 대기시켜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공수처 수사관들이 탄 차량은 대통령 관저 앞에 주차된 미니버스에 의해 진입이 막히며, 관저 앞에 도착한 뒤 관저 정문 앞에서 30분 넘게 대기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미니버스는 대통령경호처가 세워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대통령경호처와 진입 협의 끝에 굳게 닫혀 있던 정문이 개방돼며 오전 8시 2분 공수처 수사관들이 대통령 관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차량에서 내려 도보를 걸어 관저로 들어갔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8시 4분쯤 기자단 공지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저 내부로 진입한 공수처 수사관들과 경찰 형사들은 대통령경호처 직원들과 다시 대치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 관저 초입을 통과해 경내로 들어갔지만, 경호처 직원들이 수사관들의 관저 내부로의 진입을 저지하면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관저 내 주둔하는 군부대 또한 공수처 수사관 등의 진입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날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정부과천청사 5동 공수처 3층에 마련된 영상조사실로 인치해 조사할 예정이다. 이대환 수사3부장과 차정현 수사4부장이 직접 조사를 맡기로 했다. 두 부장검사는 100페이지가 넘는 질문지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체포하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수사기관은 기소 전까지 총 20일간 윤 대통령을 조사할 수 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직접 기소할 권한이 없는 만큼 10일쯤 뒤 검찰에 윤 대통령 신병을 넘기고, 검찰이 마무리 조사 뒤 기소하게 된다.
반면 체포영장 유효기간인 6일까지 집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법원 허가를 거쳐 유효기간을 연장하거나, 다시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
한편,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정부과천청사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건물 주변 주차 제한 등을 시행한 데 이어, 지난 2일부터는 사전 출입 등록하지 않은 인원의 청사 출입도 막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