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입양 기관 홀트아동복지회가 미국으로 입양을 보냈다가 불법 체류자가 된 입양인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단이 2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최현종)는 8일 신성혁(40·미국명 애덤 크랩서)씨가 홀트아동복지회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홀트의 보호의무 위반과 신성혁씨의 손해 간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홀트의 손을 들어줬다.
신씨는 네 살 때인 1979년 홀트를 통해 누나와 함께 미국 미시간주의 한 가정으로 입양됐다. 신씨 남매는 6년간 양부모로부터 폭행과 학대를 당하다 파양됐고, 다른 집으로 입양이 됐는데도 학대를 당했다.
결국 신씨는 12살에 다시 파양돼 노숙 생활을 했다. 양부모가 신씨에 대한 시민권 신청도 해주지 않아 불법 체류자로 살았고, 2015년 미국 영주권 신청 과정에서 과거 범죄 경력이 문제가 되면서 한국으로 추방됐다.
이후 신씨는 지난 2019년 홀트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홀트·국가가 신씨를 미국으로 입양을 보낸 뒤 시민권 취득 여부 확인 등 기본적인 사후 관리를 하지 않아 37년간 불법 체류자로 살아야 했다며, 배상 책임을 물은 것이다.
앞서 1심은 입양기관 홀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 홀트가 신씨에게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1970~1980년대 성행했던 해외 입양의 불법성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로 화제를 모았다. 다만 1심은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홀트가 신씨에게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봤다. 신씨가 미국 시민권이 없었지만 영주권은 있었던 점, 신씨의 범죄 전력을 이유로 한국으로 추방된 점, 신씨가 성인이 되고도 10여년간 시민권을 취득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2심은 “해외 입양의 특성상 국내에서는 양친을 조사하기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고, 이에 홀트는 미국 미시간주에 보호의무를 위임했다”며 “미시간주는 가정조사를 다수 실시하는 등 일정 의무를 다했다”고 했다.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당시 보건복지부의 대응과 입양 제도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도, 공무원의 고의 또는 과실이라 보긴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