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기이던 2019년 11월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귀순의사를 밝힌 탈북어민을 강제 북송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지난 1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서 전 원장에겐 자격정지 5년도 함께 구형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징역 4년을, 김연철 전 통일장관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다음 달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 심리로 열린 정 전 실장 등의 결심 공판에서 이 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피고인들은 탈북민들이 수차례 귀순의사를 밝혔음에도, 외국인이나 난민보다 못한 존재로 대하며 위헌・위법한 강제북송 결정을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북송 지시로 탈북 어민들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이 돼 회복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들을 향해 “고위공무원들인 피고인들은 오로지 대북관계 개선을 위해 탈북민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며 본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탈북민들은 탈북 과정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고 죄책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했다”고 했다.
정 전 실장 등은 이날 언론에 최후진술 요지를 배포하며 입장을 밝혔다. 정 전 실장은 “이번 사건은 검찰 측의 주장처럼 생활고로 귀순한 탈북어민들을 강제송환한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하여 우리 사회로의 무단 진입을 불허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사건 전말을 보고 받은 저는 이들을 국내 사법절차에 따라 처벌할 수 없고 국내법과 국제법적으로도 조기 추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관부서의 법률적 판단을 받았으며, NSC 관련 상임위원들도 모두 이들을 우리 사회에 편입시킬 수 없으며 범행을 저지른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임을 확인하고, 이들을 국내로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서 전 원장은 “저는 당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 대한민국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였을 뿐, 대북성과 등 다른 요소는 전혀 생각지 않았으며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노 전 실장은 “국회의원의 요구에 의한 정부의 보고에 따르면, 분단 이후 북한주민이 북한에서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남으로 도주한 여러 사례 중 그 범죄자를 우리 법정에 세운 적은 단 한 명도 없다”며 “대한민국에서 재판받을 권리는 단 한 번도 보장된 적이 없다”고 했다.
정 전 실장, 서 전 원장, 노 전 실장, 김 전 장관은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 등으로 지난 2023년 2월 기소됐다. 그동안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재판 대부분이 비공개로 진행돼 왔다. 재판의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안녕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헌법(109조)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오는 2월 19일 선고 공판을 열기로 했다. 사건 발생 후 5년 4개월 만에 첫 법원 판단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