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헌법재판관(왼쪽부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김형두 헌법재판관.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한 ‘부정선거론’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감사원 간 권한쟁의심판에서도 거론됐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변론을 종결하고 조만간 선고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15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선관위와 감사원 간 권한쟁의심판 2차 변론 기일에서 선관위 측 대리인인 손용근 변호사는 최종 변론에서 “직무감사가 감사원의 순수한 감시(목적) 때문에 촉발된 것이 아니고 부정선거론을 잘못 맹신한 대통령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명확해졌다”며 “본건을 판단함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선관위 압박은 정권 초부터 시작됐고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피청구인(감사원)”이라며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소쿠리 투표’ 선거 논란이 불거지자 직무 감찰에 대해 밝혔고, 부정선거의 단서를 잡을 수 없었던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군을 동원해 선관위 장악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행정부 소속 감찰기관인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해 직무 감찰을 하도록 하는 건 헌법 정신에 명백히 반한다”며 “감사원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라”고 말했다.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이에 감사원 측 대리인인 최정현 변호사는 “계엄 사태에 빗대어 감사원이 윤 대통령의 부역자란 취지로 말하고 있다”며 “이 사건 감사의 시작이 마치 윤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진 것처럼 계속 주장하는데, 이 사건 감사는 선관위의 인사 비리가 언론에서 매우 크게 보도되고 이후 선관위가 진행한 감사가 미흡한 게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나아가 “계엄 사태 당시 군인들이 선관위에 갔을 때 당직자가 단 5명이었다”며 “중요 서버가 있는 공간에 방호원도 없이 당직자 5명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선관위가 얼마나 기관 운영을 방만하고, 아무 생각 없이 하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맞섰다. 또 “청구인은 독자적인 감사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청구인 주장과 달리 감사원의 권한과 청구인의 권한이 병존한다”고 설명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변론을 종결하면서 “늦지 않은 시기에 선고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선고기일을 공지하진 않았다.

앞서 선관위는 2023년 5월 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경력직 채용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자체 감사를 벌인 뒤 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재발 방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일각에선 “선관위는 어떤 견제도 받지 않으며 내부 비리, 직무 태만 등 적폐를 쌓아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자 비슷한 시기에 감사원은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며 감사원 감사를 거부했고, 결국 헌재에 그해 7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