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새벽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법원 현판을 훼손시켜 땅에 떨어져 있다./뉴스1

법조계에서는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의 배경이 된 ‘사법 불신’은 지난 2018년 불거진 이른바 ‘사법 행정권 남용’ 사태가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비롯한 고위 법관 14명은 ‘재판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법관 비위 은폐’ 등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원을 찾아 “의혹이 규명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협조하겠다”고 답하면서 수사는 시작됐다.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대통령 지휘 아래 검찰은 법원행정처를 10시간 압수 수색했고 100명이 넘는 전·현직 판사들을 소환 조사했다.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며 언론에 각종 피의 사실이 실시간으로 흘러나왔다. 양승태 대법원이 숙원 사업이던 상고법원 도입 등을 위해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소송 등에 개입했다거나, 특정 성향의 판사들을 뒷조사하고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검찰은 2019년 1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검찰은 296쪽 분량의 공소장에 전직 대법원장의 혐의 47개를 상세하게 적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사법을 농단했다는 이유로 피고인석에 서자, 사법 불신은 극도로 심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법조계에선 “이제 국민이 재판 결과를 믿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재판 개입 의혹이 제기된 강제 동원 사건 피해자들이나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은 사법부에 책임을 묻겠다며 손해배상 소송이나 재심(再審)을 청구하기도 했다.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검찰 공소장 등을 근거로 법관 탄핵도 시도했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은 기소 4년 11개월 만인 작년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전·현직 법관 14명 중 6명은 무죄가 확정됐고, 나머지 중 1·2심에서 일부 유죄를 받은 경우도 3명뿐이다. 한 현직 판사는 “이 의혹으로 법원의 권위와 신뢰성이 크게 떨어졌다. 정치권이 입맛대로 판결을 재단하는 일도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