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국회와 밀착하는 모습도 사법 불신을 초래한 원인으로 꼽힌다. 입법권과 예산권이 없는 법원이 각종 ‘숙원 사업’을 해결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법원이 여러 현안 해결을 위해 국회에 부탁을 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법원 행태를 두고선 “과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상고법원을 도입하려고 국회를 상대로 로비하던 모습이 떠오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법조인은 “법원이 ‘친(親)국회’ 행보를 보이는 과정에서 야당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원이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실제 법원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재판은 지지부진하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은 기소한 지 2년 2개월 만에 나왔다. 선거법 재판 1심 판결은 6개월 이내, 2·3심 판결은 각각 3개월 내에 끝내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다른 사건과 비교했을 때 쟁점이 적고 증인도 많지 않아 빨리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던 ‘위증 교사 사건’도 1년 1개월 만에 1심이 나왔다. 사건이 복잡하고 관련자가 많은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의 1심 선고는 언제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 대표 재판이 지연되는 와중에 열린 작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국정감사 때는 법사위원들이 이례적으로 대법원 관계자들과 저녁 식사를 했다. 법사위가 피감 기관인 법원 관계자들과 국감일에 자리를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당시 국회가 국감도 비교적 이른 시간에 끝내면서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과 위증 교사 사건 선고를 앞두고 민주당이 법원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하고, 법원은 숙원 사업 해결을 위해 국회와 가까이 지내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작년 국회에서는 법원에 유리한 예산안과 법안들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올해 대법원 예산은 지난해 대비 1385억원(6.4%) 늘어난 2조3123억원이다. 반면 올해 검찰 예산은 지난해 대비 265억원(2.2%) 삭감된 1조1999억원이다.

판사 정원도 올해부터 5년간 370명 늘어난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작년 11월 8일 대표 발의한 판사정원법 개정안은 한 달 만인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빠르게 처리됐다.

판사 임용 조건도 대법원 뜻대로 됐다. 판사 임용을 위한 최소 법조 경력은 ‘5년 이상’에서 올해부터 7년 이상, 2029년부터 10년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최소 경력이 길어질수록 유능한 법관을 뽑기 어려워지고 평균 연령도 높아진다”는 취지로 현상 유지를 주장했고, 국회는 이를 받아들여 법원조직법을 개정했다.

법원의 ‘친(親)국회 전략’은 과거에도 있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만나 설득을 하고,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소송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는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 이어졌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올해 시무식에서 예산 확대와 법안 통과를 언급하며 ‘판사 임용의 숨통이 트였다’고 했지만, 법원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더 떨어졌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법원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