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회에선 탄핵소추안이 총 50차례 발의됐는데, 이 중 29차례가 윤석열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발의됐다. 이 중 탄핵소추안을 정식 가결한 것은 13차례다.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이 윤석열 정부 들어 고위 공직자에 대한 ‘줄탄핵’에 나섰지만, 헌법재판소가 결론을 내준 것은 4건에 불과하다. 그중 2건은 180일 이내에 선고하도록 돼있는 헌법재판소법 규정도 어겼다. 헌재가 탄핵심판에 늑장 대응하면서 국정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헌재가 탄핵 여부에 대한 판단을 신속히 내렸다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취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현 정부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야당의 연속적인 탄핵 시도를 ‘국정 마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를 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사유 중 하나로 꼽았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탄핵소추 대상자는 즉시 직무 정지 상태가 된다. 헌재의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해당 부처 업무가 공백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국정 마비’를 언급한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지난해 8월 민주당이 탄핵소추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업무를 맡은 지 이틀 만에 탄핵으로 직무 정지를 당했다. 이후 지난달 23일 헌재에서 ‘기각’ 선고를 받기까지 174일이 걸렸다. 최재해 감사원장도 57일째 직무 정지 상태다. 탄핵 여부가 결론 나기까지 200일이 넘게 걸린 사례도 있다. 안동완 검사와 이정섭 검사 사건은 기각 결정이 나오기까지 각각 252일, 270일이 걸렸다. 헌재법 38조는 ‘헌재는 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계엄 이후에도 한덕수 국무총리는 35일째, 박성재 법무 장관은 50일째 직무가 정지돼 있지만 이들 사건은 아직 본격 심리에 들어가지 못했다. 고위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누가 봐도 사유가 타당하지 않은 탄핵 사건들에 대해서는 헌재가 신속하게 기각·각하 결정을 내렸어야 했다”며 “헌재의 심판 지연이 계엄 사태 등 정치적 혼란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