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을 고심하고 있다. /뉴스1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해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권한쟁의 심판이 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청구인의 자격에서부터 재판 진행의 속도 등 ‘절차적 흠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민구 전 부산지방법원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아무리 급해도 절차적 적법 절차는 모든 재판 절차에서 필수”라며 “국회의장이 권한쟁의 신청서를 접수시키면서 국회 의결 절차를 누락한 것은 당연히 각하 사안”이라고 했다.

그래픽=송윤혜

◇崔 “국회 의결 없어 부적법... 각하해야”

최 권한대행 대리인단은 1일 헌재에 참고 서면을 내고 “우원식 국회의장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부적법하므로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하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소송을 심리하지 않고 끝내는 것이다. 최 권한대행 측은 “(이 사건) 청구인은 국회이고, 국회의장은 국회의 대표자일 뿐이어서 의장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직권으로 청구할 수 없다”고 했다. 우 의장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때 별도의 의결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청구인 자격이 없다는 취지다.

최 권한대행 측은 2011년 헌재가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등이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 일정을 2015년으로 연기한 행위는 조약·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침해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사건을 각하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당시 헌재는 개별 국회의원이 국회를 대신해 다른 국가기관에 권한쟁의를 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 권한대행 측은 “이번 사건 결과는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더욱 신중한 심판이 요구된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이번 권한쟁의 심판은 심각한 절차적 하자를 안고 있다”며 “청구인이 ‘국회’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아무런 의결 절차도 밟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국회 측은 “헌법과 국회법, 헌법재판소법 어디에도 국회가 권한쟁의 청구 때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절차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헌재는 그동안 국회 관련 사건에서 의결이 없었다고 부적법하다고 보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 측은 “청구인 자격 문제는 재판부가 판단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우원식 국회 의장이 작년 12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0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뉴시스

◇“禹 권한쟁의는 시작도 안 하고… 졸속 심리”

헌재는 지난달 3일 사건을 접수한 후 준비 절차 없이 지난달 22일 첫 변론 기일을 열었다. 1시간 20분 만에 사건을 종결했고, 이틀 뒤 선고일(2월 3일)을 정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헌재의 졸속 심리, 졸속 선고다” “다른 사건과 형평성 문제가 우려된다”는 말이 나왔다.

헌재는 최 권한대행 측이 “마 후보자에 대한 여야 합의 내용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여야 전현직 원내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졸속 선고가 우려된다”며 변론 재개도 요청했지만 3시간여 만에 기각했다. 그래 놓고 선고를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1시쯤 갑자기 최 권한대행 측에 여야의 재판관 추천서 제출 경위를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하며 “오늘 중으로 내달라”고 했다. 최 권한대행 측은 “설 연휴가 겹쳐 당장 내기 어렵다”며 변론 재개를 다시 신청했지만, 헌재는 선고 전날까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재 관계자는 “선고 전까지는 자료를 받아 심리할 수 있다. 변론 종결 후 문건이 안 들어오니까 서면 제출을 요청한 것”이라며 “통상 권한쟁의 사건은 준비 절차 없이 1회 변론 기일만 열고 종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변론 기일 횟수만 보고 졸속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인호 중앙대 교수는 “급하게 서면 제출을 요구한 것을 보니, 결정문을 적다가 사실관계가 불분명했던 것 같다. 요구한 그날 제출하라고 한 것도 상당히 급했다는 것”이라며 “이런 재판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때 국회의장이 의결정족수를 151석으로 정한 데 대해 국민의힘이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은 시작도 못 했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헌정 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재판부를 9인 체제로 만드는 것은 공정한 재판 진행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라며 마 후보자 임명 보류 사건부터 먼저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관 임명, 권한대행도 재량 있어”

헌법은 국회와 대법원장에게 선관위원과 헌법재판관 선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주요 헌법기관 구성원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선출·임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헌법은 두 기관의 임명 방식을 다르게 규정한다. 선관위와 관련된 헌법 114조는 ‘선관위는 대통령이 임명한 3인, 국회가 선출한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한 3인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은 대통령 몫 3명만 임명할 수 있고, 나머지 6명은 국회와 대법원장이 뽑으면 자동 임명되게 돼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반면 헌재의 경우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재판관 중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임명한다’(헌법 111조)고 규정돼 있다. 국회 등의 선출권을 인정하면서도 최종 임명은 대통령이 하도록 명시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같은 헌법기관인 선관위원의 선출 및 임명 방식과 비교했을 때 재판관의 최종적인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봐야하고, 권한대행도 권한은 동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근거로 최 권한대행 측은 마 후보자를 반드시 임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최 권한대행 측은 “헌법이 국회에 실질적인 재판관 임명권을 주려고 했다면, 선관위 조항과 동일하게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 3인과 국회·대법원장이 각각 선출·지명한 3인으로 구성한다’고 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재판관을 임명한다’는 규정을 보면, 반드시 국회 추천대로 임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 측은 법 조항과 관계없이 선관위원과 재판관 모두 국회에 선출권이 있다는 입장이다.

☞권한쟁의 심판

국가기관 간에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권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등을 두고 다툼이 생겼을 때 헌법재판소가 심판해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