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변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증언 뒤 진술하고 있다./헌법재판소

윤석열 대통령은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방첩사 도우라’고 전화했다”며 “계엄과 무관한 얘기”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제가 만약 계엄에 대해 국정원에다 뭘 지시하거나 부탁할 일이 있으면 국정원장에게 직접 하지 차장들에게는 하지 않는다”며 “1차장에게 계엄과 관련한 부탁을 한다는 건 비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국정원에다가 방첩사 도와주라는 이야기는 조태용 국정원장 때나 늘 한다”라며 “국정원은 정보가 많고 예산지원을 좀 해주라는 이야기, 또 (여인형이) 사관학교 후배니까 좀 도와주라고 계엄사무와 관계없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홍장원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대통령의 ‘싹 다 잡아들이라’는 말뜻 그대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이 ‘싹 다 잡아들이라, 국정원에 대공 수사권을 줄 테니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우라’고 말했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은 “당시 통화 내용을 보면 대상자, 목표물을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뭔가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달 3일 오후 10시 53분쯤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이번에 잡아들여서 싹 다 정리해라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뉴스1

홍 전 차장은 다만 “누구를 잡아들여야 하는지는 전달받지 못했다”며 이를 파악하기 위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체포조’를” 언급했느냐”는 국회 측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체포조 명단 받아적었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제가 국정원장 관저에 갔었고 거기서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았다”라며 “바로 이어서 진상 규명을 위해 방첩사령관에게 전화해서 (여 전 방첩사령관이) 명단을 불러줬는데, 당시 국정원장 관사 앞 공터에서 받아 적어서 주머니에 있던 수첩에 받아 적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다시 적은 거라 보좌관 글씨와 흘려 쓴 제 글씨가 섞여있다. 왼손잡이라 필체를 쓸려썼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체포명단은 14~16명으로 기억한다”라며 “다 또박또박 적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체포명단을) 적다보니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어 반 정도 적다가 추가로 적지 않았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체포 명단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체포 명단에 포함된 인물들의 위치 추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은 영장 없이 위치추적을) 할 수 없다”라며 “하지만 비상계엄 상황이었고, 대통령 지시면 상당히 초법적인 상황에서 이뤄져야 하는가 잠시 고민한 것은 사실이다”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뉴스1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 김계리 변호사는 “(대통령은) 간첩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증인 혼자 그렇게 이해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홍 전 차장은 “제가 기억하는 부분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뭐,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 이후 ‘여 전 사령관과 통화에서 간첩이 언급됐느냐’고 국회 측에서 묻자 홍 전 차장은 “없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은 TV를 보고 비상계엄 발령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집무실 TV를 통해 비상계엄 발령을 봤다”라며 “김선호 국방부 차관에게 확인 차원차 전화를 했고 전화해보니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비상계엄이 발령된 사실을 통보했고, 차관이 사무실에 나가봐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이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도 똑같이 어떤 상황인지 물었고 여 전 사령관은 ‘저희도 몰랐다.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 답변했다”며 “방첩사까지도 이 상황을 모르고 있었나 궁금증을 가진 상태로 전화를 끊었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제가 메모를 해서 이를 근거로 또박또박 말씀드리겠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고 여 전 사령관은 제 질문에 답변하지 않거나 회피하려는 태도를 취했다”며 “그래서 제가 ‘V에게 전화를 받았다’, ‘대통령이 지원해 주라고 했다’고 말하니 여 전 사령관이 상황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홍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이 해제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지만 사실상 거절당했다고도 했다. 홍 전 차장은 “12월 5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텔레그램으로 ‘대통령께서 진심으로 국민께 사과하시고 여러가지 마음과 심경을 말하면 국민이 대통령을 이해할 것’이라는 내용을 전했다”고 했다. 그는 “계엄이 해제되고 하루가 지났는데 (윤 대통령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면서 “이런 상황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그랬다면 국민들이 대통령을 훨씬 더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홍 전 차장은 탄핵심판 변론이 끝난 직후 취재진을 만나 “제가 왜 거짓말하겠느냐”고 했다. 홍 전 차장은 “당시 상황이 있던 부분을 이야기한 것인데 이번 기회를 통해서 사실을 말하는 것이 힘들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는 “저는 처음으로 대통령께 전화를 받은 거니까 거의 토씨까지 기억하지 않을까요”라며 “제가 보기엔 대통령 말씀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제 말이) 의심 드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맥락 없이 듣고 기억하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 측 신문을 두고는 “매섭게 몰아치고 피의자 조사를 받는 느낌이었다”며 “궁금해서 물어보는 부분이니까 최대한 답변하라고 노력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