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때 국회에 병력을 투입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은 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 한 적은 없다. ‘인원’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증인 신문 초반에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것이 맞다”고 했다가, 정형식 재판관의 거듭된 질문에 “‘국회의원’은 듣지 않은 걸로 기억한다”고 말을 바꿨다.
정형식 재판관은 곽 전 사령관에게 “증인 진술이 달라지니까 문제가 된다. 생각이나 해석을 빼고, 오로지 들은 얘기만 말씀해보라”고 했다. 이어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다는 말의 사실 관계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정 재판관은 먼저 “아직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고 했느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맞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정 재판관이 “150명 얘기를 했느냐”고 묻자, “당시에는 기억이 없는데 나중에 다른 사람이 제가 그런 말을 했다고 얘기를 해서 생각났다”고 했다. 정 재판관이 “다른 사람 얘기 다 제외하고 증인의 기억만말해달라. 기억에 150명 얘기는 당시에 들었냐”고 묻자, “나중에 기억났다”고 답했다.
정 재판관은 “‘국회 안에 있는 사람들 데리고 들어와라‘고 했느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이렇게 기억한다”고 했다. 정 재판관이 “국회의원이란 말은 안 했느냐”고 하자, 곽 전 사령관은 “의원이라는 말은 자수서에 안 썼다”고 답했다.
정 재판관이 재차 “‘인원’이냐”라고 하자, 곽 전 사령관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했다. “국회의원이라는 말은 안했느냐, 들은 기억이 있느냐”고 하자, 곽 전 사령관은 “전화로 들은 표현은 ‘인원’”이라고 했다. “150명은 언제 얘기를 했느냐”라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이건 대통령 얘기가 아니다. 김용현 전 장관 얘기”라고 했다.
앞서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데리고 나오라’고 지시한 대상이 국회의원이 맞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는 “정확히 맞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당시 707 특수임무단 인원은 국회 정문 앞에서 대치하는 상황으로, 본관 건물 안쪽으로는 인원이 안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라며 “그 상태에서 전화를 받았고 (국회 본관) 안에 작전 요원들이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요원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라고 이해했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4일 0시30분경 다시 직접 제 비화폰으로 전화 걸어와 ‘아직 국회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거 같다. 국회 안으로 들어가 의사당 안 사람들 빨리 데리고 나와라’고 지시하셨다”고 진술했다. 국회 측이 이런 조서를 언급하면서 “검찰 조서 진술이 사실이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곽 전 사령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도 “국회의원이 150명이 되지 않도록 국회의사당 출입을 봉쇄하고, 의사당 안으로 들어가 의원들을 데리고 나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이 “사령관 스스로 (국회의원이라고) 이해했다는거 아니냐. 보좌관 등 수천 명 중에 사람이라는 용어가 꼭 국회의원 말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아니다. 정확하다”라며 “본회의장에 국회의원들이 여러 명 들어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이해했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검찰 진술 중에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는 내용이 없는데 국회 진술에서는 말이 바뀐다”는 윤 대통령 측의 지적에 “제가 군 생활 34년 하면서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님이 말하는데, 차마 제가 검찰 자수서에 그렇게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용어를 순화해서 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수고’를 ‘열고’라고 했고, ‘끌어내라’를 ‘데리고 나와라’는 등 언어를 순화한 것이지 말을 바꾼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내용이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지 알고 있어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의 유튜브에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면서 “국회 국방위에서 여야 의원들 앞에서 말씀드리고 검찰 자수서에 정확히 썼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전투통제실 마이크가 켜져 있어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으로부터 지시받은 내용이 생중계됐다고 밝혔다. 곽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당시 저는 전투통제실에 앉아서 화면을 보고 지휘하고 있었고, 나중에 알았는데 마이크가 켜져 있었다”면서 “시작할 때부터 마이크가 켜져 있었는데 안 끄고 끝날 때까지 켜 뒀었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으로부터 지시받는 게 예하 부대 전체에 생방송으로 전달됐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공소장에 있는 해당 발언은) 제가 하라고 지시한 게 아니라, 대통령과 김 전 장관 지시 내용이 현장 지휘관들과 논의한 과정이 적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곽 전 사령관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이 곽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국회 내에 의결 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국회 측이 ‘공소장에 있던 말들이 그 시간에 있었던 건 맞느냐?’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맞다”면서 “마이크가 켜진 상황에서 (지시 사항들이) 어쨌든 전달됐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