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방법원. /뉴시스

췌장암에 걸린 어머니의 10억대 재산을 두고 갈등을 빚다 조카며느리를 폭행한 형제 부부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6단독 박종웅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와 공동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A(62)씨와 그의 아내(58), A씨의 동생 B(52)씨에 대해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의 아내(50)에 대해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 형제는 지난 2022년 1월 누나 C씨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만나지 못하게 하자 작전을 짜고, C씨 몰래 어머니를 집 밖으로 데리고 나와 재산 증여 증서를 작성했다. 어머니에게는 10억원이 넘는 재산이 있었다. 이들이 작성한 증서에는 A씨에게 8억 100만원을 C씨에겐 6억원을 증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의 누나는 같은 해 4월부터 자기 아들과 며느리 집에 어머니를 모시며, A씨 형제를 만나지 못하게 했다.

A씨 형제는 재산을 추가로 증여받기 위해 누나와 그의 아들인 조카에게 만나자고 거짓말을 해 집 밖으로 유인한 뒤, 어머니를 데리고 나오기로 계획했다.

동생 B씨의 아내는 같은 해 4월 5일 조카며느리의 집에 찾아가 “아랫집 이웃”이라고 거짓말을 해 현관문을 열게 한 뒤, 혼자 있던 조카며느리의 머리채를 잡아 바닥에 넘어뜨리고 발로 복부를 걷어차는 등 폭행했다. 이어 A씨와 A씨 아내, B씨 등도 합세했다.

폭행을 당한 조카며느리는 이로 인해 1개월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급성스트레스 진단을 받았다. A씨 형제 어머니는 이 사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숨졌다.

A씨 부부는 혐의를 인정한 동생 B씨 부부와 달리 “췌장암 말기로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호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긴급피난’ 상황이어서 위법성이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판사는 “피고인들은 조카며느리의 집에서 어머니를 데리고 나온 뒤 곧바로 병원으로 가지 않고, 인근에 있는 주민센터에 함께 가 주민등록을 다시 발급받도록 했다”며 “어머니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업어서 집 밖으로 나온 행위를 긴급피난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들의 죄질이 좋지 않고, 피해자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며 “동생 부부는 잘못을 인정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