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헌법재판소

1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일곱 번째 변론에서는 이른바 ‘부정 선거’ 의혹에 대한 집중 신문이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12일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부정 선거’ 의혹을 비상계엄 선포 사유 중 하나로 꼽았는데, 이번 변론에서 이 의혹이 처음 다뤄진 것이다.

이날 변론에는 2023년 7~9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 해킹 사건을 조사했던 국가정보원의 백종욱 전 3차장과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백 전 차장은 윤 대통령 측이, 김 사무총장은 국회 측이 각각 신청한 증인이다.

선관위는 2023년 북한의 해킹 공격을 받고도 국정원의 보안 점검을 거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국정원으로부터 합동 보안점검을 받았다. 점검 결과 선관위의 보안 수준이 외부 해킹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선관위를 둘러싼 ‘부정 선거’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백 전 차장과 김 사무총장은 이날 변론에서 선관위 시스템의 보안 취약성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부정 선거 가능성에 대해선 백 전 차장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고, 김 사무총장은 적극 부인했다.

그래픽=박상훈

◇백종욱 “‘유령 투표’ 가능했다”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은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백 전 차장, 김 사무총장 순으로 90분씩 진행됐다. 백 전 차장은 “2023년 선관위 시스템 점검 후 느낀 점이 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직원들이 쓰는 인터넷망과 선거 사무 관련 업무망, 투표 관련 선거망이 각각 독립적으로 분리·운영돼야 하는데 망이 서로 연결된다”며 “외부에서 내부 시스템으로 침투 가능한 문제점 등을 봤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망이 서로 연결돼 있어 해커가 외부 인터넷을 통해 선관위 선거망으로 침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백 전 차장은 특히 “해커가 선관위 통합선거인명부를 탈취하거나, 가상의 ‘유령 유권자’가 특정 선거구에서 사전투표한 것처럼 표시할 수 있었나. 사전투표소의 본인 확인기가 가짜 신분증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라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그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해커가 가짜 이름과 주민번호를 만들어 유권자로 등록해도 투표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 부정 선거의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국회 측이 “기술적 해킹이 실제 부정선거로 이어질 수 있느냐”고 묻자 “(보안 점검에서) 전산망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고, 부정선거는 점검 대상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다만 “기간 제한 등으로 선관위 전체 장비 6400대 중에서 5%(317대)밖에 못 봤고, 거기엔 (침입 흔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용빈 “부정 선거 없었다”

반면 김 사무총장은 적극적으로 ‘부정 선거’ 가능성을 부인했다. 국회 측은 “국정원이 모의 해킹을 진행할 때 선관위 자체 보안시스템이 일부 작동하지 않은 상태였다는데, 모의 해킹에서는 투·개표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도 조작이 가능하냐”고 묻자, 김 사무총장은 “일부 보안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게 맞는다”며 “실제 상황에선 (조작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국정원이 단순히 5%만 검증하고 검증 절차 내용을 발표하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정 선거가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없었다고 생각한다. 보안이 취약했지만 22대 총선을 치르면서 다 개선됐다”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 측이) 21대 국회의원 선거 선거무효소송의 투표함 검표 과정에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고 주장하는데, 재검표에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된 적 없지 않느냐”는 국회 측 질문에 “제가 보고받기로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로 가짜 투표지 논란은 전부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최근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에 합류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한 번도 접은 흔적이 없는 투표용지가 개표나 재검표 현장에서 나오는 게 가능하냐”고 했다. 부정선거론의 근거로 주로 거론되는 ‘형상기억종이(접힌 흔적이 없는 투표지)’에 대해 물은 것이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은 “21대 총선에서 다뤄졌던 주제고 대법원 검증 결과 정상적인 투표지로 나타났다”면서 “종이를 실제로 보고 감정한 대법원의 판결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이날 먼저 증인으로 출석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중국이 타국 정치에 개입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그런 보도를 본 적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