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1일 윤석열 대통령 측이 신청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경민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 증인 신문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윤 대통령 측이 ‘부정선거’ 의혹을 검증하겠다며 낸 두 번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에 대한 검증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추가 증인 신청 등을 기각하면서, 예정된 변론은 13일 한 차례뿐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2월 말에서 3월 초 선고를 목표로 이르면 다음 주 변론을 끝낼 것 같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일곱 번째 변론에서 한 총리 등에 대한 증인 신청을 기각하면서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지난 4일 변론에서도 윤 대통령 측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등 국무위원과 선관위 투표 관리관 등에 대한 증인 신청을 기각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한 34명의 증인 가운데 8명만 채택했다. 채택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국회 측과 중복해서 신청한 증인이었다.
윤 대통령 측은 전날(10일) 강의구 대통령비서실 1부속실장, 박경선 전 서울동부구치소장,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 등 3명을 추가로 증인 신청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재판관 평의를 거쳐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비상계엄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떨어지는 증인들이라는 평가가 많아 채택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헌재가 윤 대통령 측의 남은 증인 신청을 기각하면, 변론은 이르면 다음 주쯤 종결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직접 신문과 최후 진술 등 절차로 13일 이후 한두 차례 변론만 더 잡으면 되기 때문이다. 다음 주 재판이 끝나면 평의를 거쳐 2월 말~3월 초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선고하게 된다. 파면할 경우, 4월 말이나 5월 초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헌재, 尹측이 신청한 증인 34명 중 8명만 채택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소추한 국회 측 대리인단은 이날 변론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윤 대통령에 대한 배려는 이번 주의 증인 신문 절차로 충분하다. 신속한 변론 종결을 소망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가 심리 순서를 자의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부터 심리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변론을 마친 뒤 한 총리에 대한 증인 신청 기각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시 (증인으로) 신청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서두르는 것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이 헌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헌재가 선고한 탄핵심판 6건의 평균 심리 기간은 202.3일이었다. 이 중 가장 짧았던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으로, 총 91일이 걸렸다. 반면 안동완‧이정섭 검사 사건은 각각 251일과 269일이 걸렸다.
지난 10년간 선고한 권한쟁의 심판은 3만1658건으로, 평균 심리 기간은 673.6일에 달했다. 그러나 헌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건은 지난달 3일 접수해 38일 만인 지난 10일 변론을 끝냈다.
윤 대통령 사건의 경우, 작년 12월 14일 접수 후 이날까지 59일째 심리 중이다. 헌재가 이르면 2월 말~3월 초 선고할 경우 70~80일 만에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헌재법에는 ‘심판 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주 의원은 “법률에 정해진 기한의 반 토막도 안 되는 기간으로, 윤 대통령 사건을 성급히 결론 내선 안 된다”고 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윤 대통령을 비롯해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내란 혐의로 기소된 6명의 재판을 맡은 형사25부에 새 사건 배당을 중지하기로 했다. ‘내란 혐의’ 사건을 빠르게 진행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