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평소 김용현 전 장관이 종북 세력 유튜브를 보내는 등 ‘가스라이팅’을 해 비상계엄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고 검찰에 밝힌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곽 전 사령관을 조사하며 “김 전 장관에게 가스라이팅 당해 명령에 따랐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가스라이팅’은 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지배하는 것을 뜻한다.
곽 전 사령관은 “중장 진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 경호처가 인사에 관여하는 특전사령관에 보임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이 대통령 경호처장이던 2023년 11월 동기 중 거의 마지막으로 중장으로 진급했는데, 김 전 장관이 자신을 잘 봐준 덕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한 군 관계자는 “특전사·수방사·방첩사는 대통령 경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만큼 사령관 인사에도 대통령 경호처장 의중이 일정 정도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특전사령관 보임 이후 김 전 장관이 일주일에 많게는 3~4회씩 반국가세력, 종북세력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보내며 주입시켰다”면서 “김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식사 자리를 만들거나, 수시로 ‘잘 하고 있다’고 격려했다”고도 했다. 김 전 장관이 자신을 잘 봐주면서도 수시로 이런 유튜브 영상을 보내 가스라이팅 했다는 취지다.
곽 전 사령관은 또 김 전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이 12·3 비상계엄 이전부터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주당사를 ‘확보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검찰에 밝혔다. 이들이 사전부터 계엄을 모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 1일 윤 대통령, 김 전 장관, 여 전 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대통령 관저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면서 “당시 윤 대통령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말했던 기억이 있고 민주당, 언론계, 민주노총, 부정선거 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또 “윤 대통령이 떠난 다음 열린 티타임에서 김 전 장관이 국회, 선관위, 민주당사 등을 확보해야 할 장소라고 했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은 같은 해 11월 9일 같은 멤버끼리 만난 식사 자리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했다. 그는 “돌아가면서 발언하는데 여 전 사령관이 처음으로 ‘국회, 선관위, 민주당 당사, 여론조사 꽃’에 대해 언급했다”면서 “윤 대통령이 떠난 뒤 병력 투입에 관한 얘기도 나왔던 것 같다”고 진술했다.
실제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1일 곽 전 사령관에게 국회, 선관위 3개소,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장소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자신이 민주당사와 여론조사 꽃에 병력 투입을 지시했고, 윤 대통령이 중지하라고 지시해 병력 투입을 중단했다고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