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오동운 공수처장의 관용차 번호판을 교체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오 처장의 신변 보호를 위해 번호판을 바꿨다고 한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12일 오전 자신의 관용차를 직접 운전해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이 차량엔 8000만원 이상의 법인 차량에 부착하는 연두색 번호판이 달려 있었지만, 최근 공수처는 오 처장의 신변 보호를 이유로 이 차량의 번호판을 흰색으로 교체했다./연합뉴스

공수처는 최근 오 처장이 타는 제네시스 G90 차량의 번호판을 연두색 법인 차량 번호판에서 흰색 일반 번호판으로 교체했다. 작년 1월부터 8000만원 이상의 법인 명의 차량은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게 돼 있다. 오 처장이 타는 2024년식 G90은 최저 가격이 9540만원이어서, 렌터카 업체 명의로 발급된 연두색 번호판이 부착돼 있었다.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르면, 수사 등 업무 수행에 사용하는 차량은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해 업무에 현저히 차질이 발생한다고 인정될 경우,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흰색 번호판을 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시 공수처 차량이 습격당한 점, 공수처 청사 인근에서 오 처장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린 점 등을 고려해 번호판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협의 후 승인도 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선 “수사는 제대로 한 게 하나도 없으면서 외부 시선만 의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직후 윤 대통령 내란죄 수사를 두고 검찰·경찰과 경쟁하다가 중복 사건에 대한 이첩 요구로 사건을 모두 넘겨받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조사 불응 등으로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채 검찰에 사건을 다시 넘겨줬다. 내란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장관도 직권남용의 연결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하겠다며 경찰로부터 사건을 받았지만,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조사 한 번 하지 않고 그대로 사건을 다시 경찰에 넘겼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오 처장은 윤 대통령 수사가 한창일 때도 저녁 6시만 되면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들었다”며 “자신의 신변 보호보다 마지막까지 내란죄 수사에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오 처장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공수처는 불법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수사했고, 윤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는 데 나름 일정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