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함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작년 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공천해 주지 않으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을 폭로하겠다”고 압박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명씨 변호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20일 “김 여사가 작년 2월 18일쯤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김 전 의원의 공천 문제를 상의한 뒤 ‘(김 전 의원 지역구인) 경남 창원 의창구에 김상민 전 검사가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가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얘기했다”는 명씨 주장을 알렸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A, B 의원 등 주요 당직자들에게 “김 여사가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창원 의창에 김 검사를 공천되도록 하려고 한다”며 자신을 공천하지 않으면 이를 폭로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당시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는 친윤계를 중심으로 김 전 검사를 경남 창원 의창에, 김 전 의원은 지역구를 옮겨 경남 김해에 단수 공천시키거나 최소한 경선이라도 치르게 해 주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명씨가 지목했던 작년 2월 18일에 경남 김해 갑에 출마하기로 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그러나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는 “김 전 검사, 김 전 의원 모두 단수 공천은 물론 경선도 안 된다”며 공천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검사는 현직이었던 2023년 9월 추석 때 총선 출마를 시사하는 문자를 지역 인사들에게 보내고, 연말에는 사표 제출 직후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출판기념회를 해 논란이 됐다. 법무부는 작년 2월 김 전 검사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김 전 의원은 당무감사 점수가 최하위였고, 2023년 6월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 때는 이른바 ‘횟집 수조’ 논란도 있었다. 한 전 대표는 김 전 의원의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폭로 위협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할 테면 하라고 해라”고 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은 자신이 공천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을 듣고 한 전 대표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통화를 하지 못했고, 서울 여의도의 국민의힘 당사에서 직접 한 전 대표를 기다리기도 했지만 만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작년 3월 2일 김 전 검사와 김 전 의원 모두 컷오프(경선 배제)됐다고 발표했다. 김 전 의원이 개혁신당 이준석‧천하람 의원과 이른바 ‘칠불사 회동’을 한 다음 날이었다. 명씨는 “당시 이준석 의원과 천하람 의원도 사건 내용을 정확히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A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김 전 검사를 공천하려는 것이냐며 강하게 항의해 ‘시스템 공천’으로 한다고 했다”면서도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명씨 측 주장대로 통화녹음이 있다면 공개해 의혹을 해소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 B 의원은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김 전 의원 측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김 전 의원에게 듣지 못한 내용이고, 관련 기록도 없는 것 같다”며 “명태균 측 변호인 통해서 보도된 내용 일부만 알고 있는 상황으로 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검사와 김 전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한 후 한 전 대표와 대통령실 사이가 더 멀어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후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전 대표의 ‘사천 의혹’도 제기됐다.
명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김 여사의 김 전 검사 공천 개입 의혹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 측은 당시 김 전 의원이 김 여사, 윤재옥‧이철규‧장동혁 의원과 한 통화 녹음 파일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명씨가 변호인을 통해 며칠째 허황된 사실을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악영향을 미치고자 의도적으로 여론 악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가짜뉴스와 치졸한 수법에 국민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