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대법원 건물/2022.04.05 이명원 기자

수험생의 개인정보로 사적 연락을 취한 시험 감독관을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감독관은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옛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정하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위반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서울시 공립학교 교사인 A씨는 2018년 11월 강동구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업무를 맡았다. 이 과정에서 수험생들의 개인정보가 적힌 응시원서를 통해 수험생 B의 연락처를 알게 됐고, 같은 달 B씨에게 “사실 B씨가 맘에 들어서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쟁점은 A씨를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심은 A씨가 ‘개인정보취급자’에 불과하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원심은 개인정보를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목적을 저해한다”며 1심을 뒤집고 A씨에게 징역 4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20년 항소심 결과에 불복해 상고했다.

대법원도 A씨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립학교 교사인 피고인은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지휘·감독 하에 수험생들의 개인정보를 처리한 개인정보취급자에 해당할 뿐,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2023년 3월 개인정보보호법에 ‘개인정보를 처리하였던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이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신설되면서 향후 A씨와 비슷한 행위에 대해선 처벌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사건에 적용되는 구법 하에서는 피고인의 행위를 개인정보보호법위반죄로 처벌하기 어려우나, 개정된 현행법에서는 처벌할 수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