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청사./박강현 기자

유해 물질이 기준치 이상 포함된 공업용수를 계열사 공장과 대기 중에 무단 배출한 혐의를 받는 HD현대오일뱅크 전현직 임원들에게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다. 전 대표이사 A씨는 징역 1년6개월형을 받았고, 다른 임직원 4명도 징역 1년2개월~9개월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26일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8명과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렸다. 이들은 충청남도 서산에 있는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배출된 페놀 및 페놀류 포함 폐수를 계열사인 현대OCI와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약 450억원에 달하는 폐수처리장 신설 비용과 연간 2억~3억원이 들어가는 자회사 공업용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정유사인 현대오일뱅크는 굴지의 기업으로, 수질오염시설을 새로 설치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세하지 않다”며 “그럼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인근 거주 주민들의 악취 민원으로 지역 관할 행정관청 공무원 점검이나 단속이 있을 때만 폐수 공급을 중단하는 등 주도면밀함을 보였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7명 중 5명에겐 징역 1년2개월~9개월형을 내렸다. 나머지 2명에 대해선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무죄를 선고했다. 현대오일뱅크 법인에는 벌금 5000만원형이 내려졌다.

실형 선고가 내려지자 피고인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30년 이상 국가기간산업에서 주야로 회사와 나라를 위해 일해왔다”며 “저희가 재판장님을 이해 못 시킨 점이 있는 것 같다. 항소심에서 충분히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측도 “1심 판결과 관련 사실관계 확인 및 법리 판단 등에 수긍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 즉시 항소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냈다.

피고인들은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대산공장의 폐수 배출시설에서 나온 페놀 및 페놀류 함유 폐수 33만t을 자회사인 현대OCI 공장으로 배출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2016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는 페놀 폐수를 자회사인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하기도 했다. 2017년 6월부터 2022년 10월까지는 대산공장에서 나온 페놀 오염수 130만t을 방지시설을 통하지 않고 공장 굴뚝으로 증발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물 부족에 따라 공업용수를 재활용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폐수를 배출허용기준 이내로 처리한 ‘폐수처리수’를 재사용하는 것은 적법하지만, 처리가 안 된 폐수인 ‘원폐수’를 다른 시설로 보내 재사용 한 것은 불법 배출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지난 2021년 8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 제보가 접수돼 조사가 시작했다. 앞서 환경부는 해당 사안으로 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 1509억원을 부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