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상 독립 기구’임을 내세워 감사 등의 견제를 거부하면서 “치외법권의 무소불위 기관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해외 주요 나라의 선거 관리 기관은 권한이 분산돼 있고, 헌법 기구가 아닌 법적 기구여서 의회나 법원을 통한 감시가 수월하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우리나라는 중앙선관위가 모든 선거 관리를 총괄하고,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이하 구·시·군, 읍·면·동 조직을 관리한다. 사실상 중앙선관위가 지휘 감독하는 시스템이어서 무소불위의 조직이 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선거를 관리하는 업무 특성상 국회가 눈치를 봐야하는 위치여서 견제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일본은 내각의 한 부처인 총무성 행정국 선거부가 선거 관리를 총괄한다. 일본의 중앙선거관리회는 총무성의 부속 기관으로 운영되며, 중의원과 참의원 비례대표 선거만 관리한다. 나머지는 지방 선관위 조직이 지역구 선거 등을 관리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회 권한이 분산돼 있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은 지방 분권형으로 이원화돼 있다. 미국의 연방선거위원회는 정치 자금과 비용의 규제, 제도 개혁에 관한 조언 등 최소한의 핵심 업무만 맡는다. 미국 각 주의 선거 관리 기구는 주법과 연방법에 따라 감시받는다. 독일은 연방선거위원회가 전체 선거구를 담당하고, 각 주의 선거 관리는 주 선거위원회가 맡는다.
미국과 독일의 선거 관리 기구는 헌법이 아닌 연방 선거 규정, 연방 선거법에 근거한 기구다. 그래서 비리 등이 생겼을 때 수사기관과 법원, 의회를 통한 감시 감독이 우리보다 수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해외에서 선거 관리는 행정 업무의 한 부분으로 당연히 행정부의 통제를 받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