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공천 거래’ 의혹 등을 폭로한 강혜경씨가 5일 “명씨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에서 최소 세 차례 이상 만났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명씨 측은 지난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과 모두 7차례 만났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명씨와 함께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일하던 강씨도 명씨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 기간 중 명씨로부터 미공표 여론조사 13건을 제공받았고, 오 시장의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 김한정씨가 여론조사 비용 3300만원을 지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강씨는 이날 검찰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의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수사팀은 이날 5시간 45분에 걸친 강씨 조사에서 오 시장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명씨, 오 시장, 김씨의 3자 회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고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강씨는 “맞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명씨로부터) 전해 들었다. 다만 날짜나 장소를 제가 특정하지는 못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강씨는 “오 시장이 계란 반숙에 간장을 얹어서 먹었다는 부분은 기억은 하고 있다”며 “오늘 검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앞서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명씨와 오 시장의 만남 횟수를 4번이라고 특정하면서, “서울에 (오 시장) 당협 사무실 대각선 50m쯤 되는 곳에 중국집이 하나 있다. 중국집 이름이 송쉐프인데 이 송쉐프에서 오 시장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때 오 시장이 계란 반숙 전 단계 요리를 좋아해 두 번을 시켰다는 것이 명씨의 전언이라고 한다. 강씨 측 변호인은 “어느 정도 명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사팀은 명씨와 오 시장 관계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김씨의 서울 동작구와 제주시 주거지, 서울 여의도 사무실 등을 압수 수색한 바 있다. 이날 조사에서도 김씨에 대한 질문이 다수 있었다고 강씨 측은 전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지도, 결과를 받아본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명씨와의 만남도 명씨와 가까웠던 김영선 전 의원 소개로 이뤄졌을 뿐 김씨와의 3자 회동은 없었다고 반박한다. 김씨도 앞선 검찰 조사에서 “같은 고향 사람인 명씨가 오 시장을 도와준다고 해서 개인적인 차원에서 돈을 줬을 뿐, 오 시장은 모르는 내용”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오 시장 측은 지난달 26일 “명태균 정치 사기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진척이 있어 다행”이라며 “수사에 속도가 붙고 하루빨리 결론이 나길 바란다”고 했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는 “2021년 보궐선거 당시 오 후보 측이 명태균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그래서 누구에게 전달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던 것”이라며 “그러자 명태균 측 변호사는 ‘그것이 본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후퇴하고 있다. 미공표 여론조사 의뢰 여부가 사건의 핵심인데, 그것이 본질이 아니라면 중국집에 간 것이 죄가 된단 말이냐”고 했다.
한편, 수사팀은 오는 12일 강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명씨와 강씨 등 핵심 관계자들이 창원에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수사팀은 창원지검 청사로 출장을 나가 이들을 조사했다. 그러나 강씨가 서울 방배경찰서 등에서도 수사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해, 추가 조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수사팀은 오는 6일 미래한국연구소장이던 김태열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다. 같은 날엔 명씨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