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위장 전입을 하고 리조트 객실료를 수수한 혐의 등을 받는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를 6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이날 이 검사를 재판에 넘기면서 주민등록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이 검사가 친인척 부탁을 받아 일반인의 전과 기록을 무단으로 조회했다는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
이 검사는 자녀의 초등학교 진학을 위해 2021년 4월 실제로 거주하고 있지 않은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위장 전입하고 2020년 12월 한 리조트에서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객실료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검사가 2018년 비슷한 이유로 위장 전입을 했다는 혐의의 경우 공소시효(5년)가 지나 불기소 처분됐다.
이 사건은 지난 2023년 10월 김의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검사에 대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그가 지난 2020년 12월 엘리시안강촌 리조트에서 한 대기업 고위 임원에게 접대를 받고,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한 위장 전입을 했으며 처남이 운영하는 용인CC 골프장 직원에 대한 전과 기록 조회 등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이 검사를 주민등록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고 이 사건은 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다. 이러한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이 검사는 수원지검에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를 지휘했다. 검찰은 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이 검사를 대전고검으로 이동시켰다.
여기에 민주당은 지난 2023년 12월 이 검사가 이러한 비위 의혹으로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때 민주당은 접대, 위장 전입, 전과 기록 조회 의혹 외에도 처남의 마약 수사 무마, 처가 소유의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건 관련 증인 사전 면담 등 6개 의혹을 탄핵소추 사유로 들었다.
하지만 작년 8월 헌법재판소는 “일부 의혹은 사유가 특정되지 않았고, 검사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를 내세워 전원 일치(9인) 의견으로 기각했다.
당시 헌재는 이 검사의 전과 기록 조회, 접대, 처가 소유의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처남 마약 수사 무마 의혹 등 4가지에 대해선 “심판 대상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관계가 구체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리조트 이용 관련 접대를 받은 혐의에 대해선 “이 검사와 제공자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제공자와 리조트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 검사가 자신의 직무와 권한을 이용해 예약을 요구한 것인지 등이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아 사실관계가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헌재는 위장 전입과 김학의 전 법무차관 관련 사건 증인을 따로 만난 부분은 사실관계가 특정됐다고 봤다. 그럼에도 위장 전입 부분은 “검사의 지위에서 이루어진 행위가 아니고, 직무집행에 관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탄핵의 사유가 될 수는 없다”고 봤고, 김 전 차관 증인을 만난 것과 관련해선 “부당 회유나 압박을 했다고 볼 수 없고,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일부 재판관들은 별개 의견으로 “의혹 일부는 법을 위반한 것은 맞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법조계에선 이 사건과 관련해, “이 검사가 파면될 정도로 헌법과 법률 위반을 하진 않았어도 검찰은 이 검사가 형사적 책임은 져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 것 같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당 혐의들이 헌재 탄핵심판으로 파면될 정도로 위중하지는 않으나, 재판을 통해 유무죄를 가릴 수는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를 통해 해당 혐의를 입증할 준비를 마쳐 이날 기소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결과 이 검사에 대한 해당 혐의 관련 사실이 충분히 확인돼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기소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