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이 계엄 해제 직후 “내가 살려면 양심선언을 하라고 한다“ “(안 그러면) 내란죄로 엮겠단다”라고 말한 육성이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틀 뒤인 5일 지인과의 통화 내용이다.
당시 통화에서 곽 전 사령관은 “내가 참 할 말은 무지하게 많은데…”라며 “내가 살려면 나보고 양심선언을 하라는데, 어찌됐든 간에 애들이 다 사정은 아는데 그래도 내란죄로 엮겠단다. 사정이 많은데 지금은 아무도 내 말을 안 듣는다”고 말했다. 곽 전 사령관과 20년 지기로 알려진 이 지인은 TV조선 인터뷰에서 ‘양심선언을 요구한 주체’에 대해 “(맥락상) 국민의힘 쪽은 아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런 통화를 한 다음 날(12월 6일), 곽 전 사령관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본회의장으로 들어갔던 일부 인원이 있고 밖에 있던 인원이 있었는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끌어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때 김 의원이 “국회의원들을요?”라고 되묻자 곽 전 사령관은 “네”라고 답했다.
이후 같은 달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곽 전 사령관은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를 하셨습니다.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6일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말이 달라졌다. 그동안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해왔는데, 정형식 재판관이 말이 불분명하다며 추궁하자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한 적은 없다” “의원이 아니라 ‘인원’으로 기억한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 야당의 회유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은 지난달 17일 국회에 출석해 “계엄 직후 민주당 의원들이 곽 전 특전사령관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회유한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 단장은 “김병주 의원이 5일 질문도 미리 불러주며 답변을 준비시키고 6일 유튜브에 출연시켜 원하는 답변을 유도했다”면서 “곽 전 사령관이 자수서를 쓴 내용에 국회의원, 본회의장, 끌어내라는 단어는 없다. 이런 것들이 좀 변형되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야당 인사들의 회유 의혹이 커지자, 곽 전 사령관은 옥중에서 입장문을 내고 “내 의사대로 판단하고 증언했다. 야당의 회유는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지인과의 통화 녹음 공개로, 그간 그의 주장이 누군가의 회유나 협박에 의해 오염됐을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공작과 조작이 드러났다”고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내란의) ‘스모킹건’이라던 증언들은 모두 공작으로 조작된 가짜였다”며 “거대 야당 의원들이 회유와 협박을 총동원한 대통령 끌어내리기 공작극을 펼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 의원들이 내란죄를 엮기 위해 곽 전 사령관을 회유, 겁박한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했다.
반면 곽 전 사령관 측은 언론에 “곽 전 사령관에게 양심선언을 요구한 것은 민주당 의원이 아니라 고등학교 동기들”이라면서 야당 인사들의 회유 의혹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