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왼쪽부터 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어도어 측이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첫 심문기일을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뉴스1

‘NJZ’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활동을 시작한 옛 뉴진스 멤버 5명이 7일 전 소속사 어도어가 제기한 활동 금지 가처분 심문에 직접 출석해 ‘어도어와 활동하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민희진 대표님도 우리 팀에 속한다”며 민 전 대표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한 어도어와 하이브를 비판했다.

NJZ 멤버들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 심리로 열린 ‘뉴진스 활동 금지 가처분’ 심문에 참석했다.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한 멤버들은 약 2시간 동안 이어진 재판 내내 자리를 지키며 양측의 공방을 지켜봤다. 어도어 측에선 김주영 대표이사가 출석했다.

NJZ 멤버들은 지난해 11월 29일 어도어의 전속 계약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됐다고 밝힌 이후, 팀명을 NJZ로 변경하는 등 독자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에 어도어 측은 지난 1월 NJZ의 활동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날 재판에서 어도어 측은 “뉴진스는 채권자(어도어)의 회사에 있는 유일한 아티스트”라며 “뉴진스라는 팀에 약 210억원을 투자했고, 멤버들이 연습생이던 시절부터 뉴진스의 성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다”고 했다. 양측이 전속계약을 해지할 만한 아무런 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NJZ 측이 제기한 멤버 괴롭힘이나 하이브 산하 타 레이블 아티스트의 안무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전부 근거없는 막연한 억측일 뿐”이라며 이를 근거로 전속계약을 해지할 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NJZ 측은 ‘회사가 아티스트를 보호하지 못하는 건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아티스트의 전인격적 가치가 창작과 예술 활동의 근간”이라면서 “어도어는 아티스트에 대한 지속적인 차별과 괴롭힘을 막아줄 의사도, 의지도 없었다는 점을 여러 번 자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어도어 측이 “사기업이 유일한 수입원을 스스로 버릴 이유가 없다”고 한 주장에 대해선 “방시혁 의장의 1인 체제로 인해 산하 레이블이 아티스트의 이익을 최우선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이 사안의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대리인단의 변론을 마친 뒤 NJZ 멤버들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적어온 종이나 수첩을 들고 한 명씩 나와 3~5분씩 발언했다. 해린은 “저희의 성적을 깎아내리고 이미지를 망가뜨리는 하이브와 다른 레이블들에 대해서 어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어도어를 태도를 보며 너무나 무력감 느꼈다”며 “민희진 전 대표는 저희를 최선을 다해 보호해주셨는데 하이브는 오히려 대표님의 행동을 문제시하고 공격하며 심지어는 해임까지 시켰다”고 했다.

다니엘도 떨리는 목소리로 “저희는 무대에 다섯 명이 서지만 (민 전 대표를 포함해) 여섯 명으로 이뤄진 팀”이라며 “앞으로도 (어도어가 아닌) 대표님과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 앞에 선 혜인은 “금의 어도어에서는 아이돌로서, 또 한 명의 인간으로서의 앞날이 너무나도 막막하고 캄캄하게만 느껴진다”며 “모두의 진심이 담겨있었기에 어떤 사람들이 보아도 듣기 좋았던 진정성 있는 작업물이 아닌 거짓되고 진정성 없는 작업물들로 대중분들께 다가갈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하니와 민지도 어도어와의 신뢰가 깨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하니는 “하이브가 저희들을 막으려고 하는 행동들을 보면 오히려 저희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한다. 하이브는 저희 성공을 무서워하고, 저희 미래를 무서워한다”며 “저희를 존중하지 않고 믿음이 안 가는 회사와는 활동하기 어렵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발언한 민지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차별로 상처받았고, 제가 느낀 불합리함과 차별은 모두 오해라고 말하는 회사의 해명은 저희의 상처를 고통스럽게 한다”고 했다.

재판을 마치기 직전 다니엘은 손을 들고 다시 한 번 발언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발언을 허용하자 다니엘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제가 21살인데 (남은 계약 기간인) 5년을 어도어에서 다시 겪고 싶지 않다”며 “어도어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한 번 더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재판을 마친 후 NJZ 멤버들은 취재진과 만나 “저희와 관련된 일이니까 직접 출석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면서 “저희가 겪은 부담감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을 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서 후회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