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이 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의 신청을 받아 윤 대통령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것을 거론하며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수처는 형사소송법 등에 따른 것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차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뉴스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을 내고 “경찰은 공수처가 아니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것이므로 영장도 당연히 검찰에 신청해야 한다”며 “원칙대로 하면 영장을 받기가 어렵다고 판단한 국수본은 형사소송법의 기본 체계마저 거스르며 공수처로 향했다”고 했다. 위법한 수사에 대해 검찰이 영장을 기각할 것이 확실하자 공수처를 영장 청구의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삼청동 대통령 안가 CCTV 영상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밝혀지며 논란이 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영장에 대해 공수처는 “경찰이 신청한 것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경찰이 공수처에 영장을 신청하고, 공수처가 이를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215조 2항은 ‘사법경찰관이 범죄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검사에게 신청하여 검사의 청구로 지방법원 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법조항 속 ‘검사’에 공수처 검사도 포함이 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것이다.

공수처 측은 공수처법에 규정된 공수처 검사의 직무 범위에 따라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법 제8조 4항은 ‘수사처검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공조수사본부가 구성된 이후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있는 사건에 대한 영장에 한해 경찰의 신청을 받아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청구한 것도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있는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공범 지위에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9일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에 '직원 외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선 “공수처 검사의 직무 범위에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할 수 있다는 법조항이 명문화돼 있지 않은 만큼, 공수처의 법 해석이 무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입법이 미비한 점을 파고든 편법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 등 10명은 지난 1월 3일 ‘사법경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또는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경우에는 검사가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처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상 경찰이 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상대방은 검찰청 검사뿐이어서, 공수처 검사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