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첫 재판에서 “비상계엄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일 뿐 불법적 내란 모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에서는 내란 중요 임무 종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사령부 헌병대장의 첫 정식 재판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총 8명이 기소된 내란죄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세 사람은 모두 짙은 회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김 전 장관은 법정에 들어서자마자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윤 대통령 호칭을 두고 한때 소란이 빚어졌다. 검찰이 공소 사실을 밝히는 도중 김 전 장관 측 변호사가 “탄핵 핵심 인물이라면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일 텐데, 그자에 대해선 아무 이름도 말하지 않고 국가원수를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항의한 것이다.
◇ 김용현 “비상계엄은 야당 패악질 때문…불법 모의 아니다"
이날 김 전 장관을 포함한 피고인 세 사람은 모두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김 전 장관은 약 20분간 직접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말했다. 그는 “거대 야당이 22번 이상 탄핵을 발의하고 예산을 삭감하는 등 패악질로 국정이 마비된 상황이었다. 야당의 패악질 때문에 이뤄진 것을 여야 갈등으로 몰아가는 건 맞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또 이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정치인들을) 체포하라는 말을 하긴 했느냐”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안 했다. 오염된 진술들을 갖고 팩트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답했다.
김 전 장관 등은 윤 대통령과 비상계엄 선포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비상계엄을 준비하기 위해 의견을 나눈 것을 어떻게 ‘불법 모의’라고 표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장관 측은 “내란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체포와 수사한 것은 위법하다”며 구속 취소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날 별다른 결정을 내리거나 언급하진 않았다.
◇ 檢, 군 관계자 11명 증인 신청…홍장원은 ‘쌍방’ 증인 신청
이날 검찰은 비상계엄에 투입된 군 관계자 등 11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김 전 장관 측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검찰도 홍 전 차장을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홍 전 차장은 유일하게 양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법정에 서게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오는 27일 비상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대가 동원된 상황 등을 증언할 관계자 2명을 증인 신문하기로 했다. 다음 달 3일, 18일, 24일 공판을 열어 가능한 한 증인 신문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는 24일 예정된 윤 대통령의 준비기일 상황에 따라 재판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재판부는 “다른 (내란) 사건 진행에 따라 기일 외 증거 조사를 하거나 사건을 병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 특별수사단은 17일 윤 대통령의 체포 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 등으로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또 신청했다. 김 처장은 네 번째, 이 본부장은 세 번째 구속영장이다.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은 검찰이 ‘다툼 여지가 있다’ 등 이유로 번번이 반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