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변호사가 유치장에 구금된 피의자를 접견하면서 휴대전화와 약물 주사기를 몰래 건넨 혐의로 기소됐는데, 휴대전화는 유죄로 약물 주사기는 무죄가 확정됐다. 유치장을 관리하는 경찰관을 얼마나 적극 속였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갈린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김모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사건은 변호사인 김씨가 2021년 4월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한 피의자 A씨와 접견하면서 벌어졌다. 김씨는 A씨의 부탁을 받고 형집행법 상 반입 금지 물품인 휴대전화를 몰래 전달해 외부인과 통화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또 A씨 아내에게 진통제가 담긴 약물 주사기를 받아 두 차례 반입해 A씨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검찰은 검찰은 김씨가 경찰의 유치장 관리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1심은 김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김씨는 변호사의 지위를 활용해 의뢰인 요청에 따라 휴대전화를 반입하고, 2회에 걸쳐 의약품을 반입했다”며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2심은 휴대전화는 유죄, 약물 주사기는 무죄로 판결하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으로 감형했다. 2심은 유죄 이유에 대해 “김씨는 휴대전화 2대를 준비한 상황에서 접견 신청을 했고, 접견실에 들어가면서 경찰관에 업무용 휴대전화 1대만 제출하고 개인 휴대전화 1대는 숨겨 반입했다”며 “경찰의 통상적인 업무 처리 과정 하에서는 적발이 어려운 위계를 사용해 직무 집행에 지장을 준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반면 약물 주사기 반입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의 정당한 직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김씨가 주사기를 접견실 책상에 올려서 전달해 A씨가 투약하게 했다”며 “경찰이 통상처럼 CCTV 영상 등으로 접견 상황을 제대로 관찰했다면 김씨의 약물 주사기 반입·투약 관련 행위를 적발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위계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