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측은)장애 아동을 마치 강아지만도 못한 존재로 여기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웹툰작가 주호민씨의 자폐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은 특수교사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린 20일 수원지법 601호 법정.
재판장이 “피해자 측에서 마무리 발언 하라”고 하자, 주씨의 아내 한모씨는 마이크를 잡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재판장 김은정) 심리로 진행된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사건 마지막 재판서 한씨는 미리 휴대전화에 적어 온 입장문을 읽어내렸다.
한씨는 “저희에게 가장 가슴 아팠던 것은 1심에서 피고인 측이 내세운 무죄 주장의 근거였다”며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는 이렇게 가르쳐야 알아듣는다’ ‘이 아이의 지능으로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상대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것은 학대가 아니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한씨는 “저희 가족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여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당신 집으로 장애인 죽이러 가겠다’는 살해협박까지도 받게 됐고, 아이 아버지는 모든 일이 끊겼다”고 했다.
한씨는 또 “녹음을 한 건, 말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아이를 지키고 고통의 원인을 찾고 싶었을 뿐”이라며 “부디 피해 아동의 입장을 헤아려 피고인의 말과 행동, 주장들이 장애 아동을 교육하는 현장에서 용인되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했다.
당초 A씨에 대한 2심 선고는 지난달 18일 예정돼있었는데, 법원 인사로 재판부가 바뀌자, 이날 재판을 다시 연 뒤 변론을 종결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이 피해 아동에 대해 정서적 학대를 가한 사항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함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고, 피해 아동의 피해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없고, 용서도 받지 못했다”며 1심 구형량과 같은 징역 10월과 취업제한 3년을 구형했다.
A씨의 변호인은 “(증거로 제출된 녹음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 규정 취지나 문헌에 따라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설령 1심 재판부 판단처럼 재판부가 저희와 견해를 달리하더라도 피고인의 행위 자체가 공소사실에서 말하는 아동학대 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A씨는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이 사건은 2022년 9월 당시 9살이던 주씨의 아들이 다니던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특수 학급 교실에서 벌어졌다. 평소와 달리 주씨의 아들이 불안 증세 등을 보이자, 주씨 아내가 아들의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냈다.
녹음기에는 교사가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 “아유 싫어.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정말 싫어” 등으로 말한 내용이 담겼다. 이후 주씨가 교사를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했고 같은해 12월 검찰이 교사를 기소했다. 이 사건은 2023년 7월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서이초’ 사건 등과 맞물려 교권 추락이 이슈가 됐고, 주씨의 무리한 처사라는 여론이 모이며 주씨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1·2심 재판에서는 대법원의 ‘몰래 녹음은 증거로 쓸 수 없다’는 판결에 따라 교사 몰래 한 녹음이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했다. 검찰과 A씨 측은 항소심에서도 녹음파일의 증거 능력 여부를 놓고 다퉜다.
2심 선고 공판은 오는 5월 13일 오후 2시 50분에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