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주한미군 영내 시설 유지보수 공사 입찰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고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미국 국적 캠프 험프리스 군무원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박경택)는 20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캠프 험프리스 모 사업국 국장인 A(60·미국)씨와 그의 배우자인 B(58·미국)씨, 모 사업국 계약감독관 C(53)씨 등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이 공개한 이 사건 범행 개요도.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 박경택)는 20일 배임수재 등 혐의로 캠프 험프리스 모 사업국 국장인 A(60·미국)씨와 그의 배우자인 B(58·미국)씨, 모 사업국 계약감독관 C(53)씨 등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또 이들에게 억대 뇌물을 지급한 모 회사 업체 대표 D(70)씨와 이 업체의 고문인 E(74)씨 등 2명을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부부는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3년 동안 D씨로부터 주한 미군 내 자동제어시스템 등 시설 유지보수 계약 수주와, 내부정보 등을 알려달라는 청탁을 받고, 현금 3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골프장과 고급 음식점 등에서 820만원의 향응을 받은 혐의도 있다.

A씨는 주한미군 중 최대 규모인 캠프 험프리스 기지의 모 사업국 국장으로, 연간 1500억원에 이르는 용역계약의 기획 및 실행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A씨는 이를 이용해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D씨에게 용역 입찰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는 등 각종 편의를 봐줬으며, 배우자 B씨는 이 과정에서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이들 사이의 연락을 중개하거나 정보를 전달하고, 향응과 현금을 제공받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D씨는 그 대가로 3년간 계약을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수원지검 청사 전경. /뉴스1

A씨는 계약감독관인 C씨에게 “D씨 업체를 밀어주라”고 지시하기도 했고, C씨 역시 이 과정에서 D씨로부터 현금 8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또 지인 E씨를 이 업체 고문으로 취직시키고 1억원의 급여를 받게 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미군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올해 2월까지 4차례의 계좌추적, 16곳의 압수수색 등을 진행해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한미군에서 발생한 뇌물 범죄의 경우, 미군 수사기관에는 국내 기업에 대한 수사권이 없고,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으로 인해 수사권에도 사각지대가 있는 등 처벌 공백이 있었다”며 “검찰은 미국 금융범죄 TF팀과 긴밀한 협조 아래 정보 공유, 주한미군 내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 수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범행 전모를 규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적인 A씨 부부는 SOFA 규정에 따라 국내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 같은 부패범죄는 미국 군무원에게 간 뇌물액만큼 공사 단가를 높여 결국 주한미군 예산의 낭비로 이어지고, 우리나라의 방위비 분담금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은 한미 협력수사의 성공적 모델 케이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