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가 첫 재판에서 내란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총 4명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피고인들은 나란히 재판에 출석했다. 혈액암 투병 중인 조 청장은 흰색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청장과 김 전 청장은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회 통제를 지시받고 경찰청 기동대를 출동시킨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다. 다만 조 청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았다. 윤 전 조정관과 목 전 경비대장은 이들의 지시를 받고 실제 국회 인근 기동대를 지휘한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에서 이들은 내란죄 구성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형법상 내란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을 의미하는데, 국헌을 문란하게 할 의도도 없었을 뿐더러 실제 폭동이 일어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조 청장 측 변호인은 국회 봉쇄 지시에 대해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치안 임무를 수행한 것에 불과하다”며 “계엄사령관 지시에 따라 국회 통제를 강화했지만, 포고령 발령 이후라 위법하다고 인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월담자를 통제하고 계엄이 조기에 해제될 수 있도록 했으므로 내란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전 청장 측도 “국회에 최초로 투입된 기동대 360명만으로는 내란죄에 해당하는 폭동 요건이 되지 않는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조정관과 목 전 경비대장 측도 일제히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2명씩 분리돼 있는 이들 사건을 추후 병합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내란 혐의와 관련된 재판은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군 관계자들, 경찰 관계자들 총 3건이 됐다.
재판부는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 주진우 경찰청 경비부장, 오부명 전 경찰청 공공안전차장 등 3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31일로 정해졌다.
한편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