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 사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한 공모·묵인·방조,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 거부,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김건희 특검법 거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 다섯 가지다.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지만, 법조계에서는 “쟁점이 대부분 유의미하지 않거나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하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의결 정족수 들어 각하 가능성”
헌재는 우선 한 총리 탄핵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부터 판단한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한 총리의 탄핵안을 의결할 때 우원식 국회의장이 의결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200석)이 아닌 국무위원 기준(151석)으로 결정한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만약 200석을 채우지 못했으므로 탄핵소추가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헌재는 각하 결정을 내린다. 이 경우, 한 총리가 탄핵소추된 다섯 가지 사유에 대한 판단도 따로 하지 않는다.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공모, 묵인, 방조했는지 등도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헌재연구관 출신 한 변호사는 “헌재 입장에서는 의결 정족수 문제로 각하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장 부담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며 “국정 안정을 위해 한 총리를 복귀시키는 것과 동시에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에 대한 시간도 벌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대부분 탄핵 사유 안 돼… 기각될 것”
헌재는 지난달 19일 한 총리 탄핵 심판에서 변론 기일을 한 번 열어 약 90분 만에 종결했다. 따져봐야 할 쟁점이 많지도, 복잡하지도 않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당시 한 총리는 국회 측의 탄핵소추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해 설득했고, 군 동원에도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공소장에 김 전 장관이 한 총리를 건너뛰고 바로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했다고 적었다. 법조계에선 “국회 측의 탄핵 사유가 무리한 것이 많고, 일부 법 위반 사항이 있다고 하더라도 한 총리를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총리의 탄핵 심판은 오로지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이뤄진 사건이기 때문에 심판 결과가 한 달 만에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며 “당연히 기각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여당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이 탄핵해야 하는 이유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애초부터 탄핵 사유가 성립되지 않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재판관 임명 거부로 ‘인용’될 수도”
일부에선 한 총리 탄핵안이 인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총리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마은혁·정계선·조한창)에 대한 임명을 거부했다는 사유가 문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는 앞서 헌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한 권한쟁의 사건에서 “국회의 선출권을 침해했다”고 결론 낸 바 있다.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행위가 위법이라고 이미 결정한 만큼 한 총리에 대해서도 이를 문제 삼아 탄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한 총리가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등 윤 대통령의 계엄에 동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파면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한 총리 탄핵 심판 선고에서는 윤 대통령 측이 제기한 절차적 쟁점에 관한 헌재의 판단도 일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증거로 채택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기록이 적법한 증거 효력이 있는지 여부,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가 제대로 된 절차를 거쳤는지 등을 먼저 판단한 뒤, 한 총리의 관련 행위에 대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