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안을 24일 기각했다. 8명의 재판관들은 각각 기각 5명, 인용 1명, 각하 2명으로 의견이 갈렸다. 다수의 재판관들은 “한 총리의 법위반이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한 총리는 탄핵소추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앞서 국회는 작년 12월 27일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본회의에서 192표로 통과시켰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내세운 한 총리의 탄핵 사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한 공모·묵인·방조,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 거부,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김건희 특검법 거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 다섯 가지다.
먼저 헌재는 한 총리의 탄핵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던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200석)이 아닌 국무위원 기준(151석)을 적용했다. 이에 대해 재판관 6명은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령상으로 대행자에게 미리 예정된 기능과 과업의 수행을 의미하는 것이지, 이로써 ‘권한대행’이라는 지위가 새로이 창설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탄핵소추는 본래의 신분상 지위에 따라 의결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봤다. 두 재판관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되도록 해석해야 한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은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총 5명이다. 이들은 내란 공모,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김건희 특검법 거부, 한 전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 4개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선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한 행위에 대해 “대통령의 헌법 수호 의무와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복형 재판관은 “국회 몫의 재판관을 추천하는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해당 행위도 헌법·법률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정계선 재판관은 유일하게 인용 의견을 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는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로 논란을 증폭시켰다”며 한 총리가 헌법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점, 내란 상설 특검을 임명하지 않은 점이 파면시킬 만큼 중대하다고 봤다.
한편 헌재는 한 총리의 탄핵심판을 선고하면서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밝히지 않았다. 당초 한 총리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에 판단이 나오면 향후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헌재가 이에 대한 판단을 내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의 선고 결과도 여전히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