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 결과는 기각 5명, 인용 1명, 각하 2명 등 세 갈래로 갈라졌다. 각하 의견을 낸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소추 사유에 대한 판단은 따로 하지 않았지만, 기각·인용 의견을 낸 나머지 재판관 6명은 사안마다 미세하게 다른 판단을 내놨다.
국회가 한 총리를 탄핵소추한 사유는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내란 상설 특검 임명 회피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김건희 특검법 등 거부 △여당과 ‘공동 국정 운영’ 시도 등 다섯 가지다.
◇정계선-김복형 ‘정면충돌’
재판관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쟁점은 한 총리가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마은혁·정계선·조한창)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놓고 정계선·김복형 두 재판관이 정면충돌했다.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로 “헌재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했다”며 파면을 주장했다. 또 “헌재가 대통령 탄핵 심판을 심리하게 되자, 이를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김복형 재판관은 “대통령에게 임명권 행사 의무가 있더라도, 재판관을 선출 후 ‘즉시’ 임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가 자격 요건이 되는지, 선출 과정에 하자는 없는지 등을 신중하게 확인해야 하는 만큼, 곧바로 임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거부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기각 의견을 낸 문형배·김형두·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국회가 선출한 3인을 재판관으로 임명해야 할 헌법상 구체적 의무를 위반했다”면서도 “헌재를 무력화할 목적이나 의사에 따른 것으로 볼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했다. 일부 위헌·위법 사항이 있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진보 성향 재판관도 ‘기각’에 가세
대통령 권한대행이던 한 총리가 ‘내란 상설 특검’ 임명을 회피했다는 사안도 재판관 사이 법리 적용이 엇갈렸다. 정계선 재판관은 “피청구인(한 총리)이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아 임명 절차가 중단됐고, 현재까지도 비상계엄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수사권 여부 논란으로 혼란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유일하게 파면을 주장했다.
나머지 재판관 5명은 법 위반이 아니어서 탄핵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재판관들은 내란 특검과 관련된 규칙이 헌재의 권한쟁의 심판에 계류돼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의 적절성 및 그 영향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던 사정이 엿보인다”고 했다. 또 특검법에는 특검 수사가 결정될 경우, 대통령은 특검후보자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2명의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도록 돼 있는데, ‘지체 없이’에 대한 의미나 기준이 없고, 통일된 판례가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국회는 “한 총리가 특검 임명을 하지 않아 관련 수사를 지연시키고 공범 도피, 증거 인멸을 초래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내란 공모, 특검법 회피 등은 사유 안 돼
한 총리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을 시도한 점, 윤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공모·묵인·방조한 점, 김건희 특검법 등을 거부한 점 등 나머지 사유들은 재판관 6명이 모두 기각했다.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도 이 쟁점들에 대해선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야당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리하게 끼워 넣은 소추 사유로 판단한 것이다.
특히 한 전 대표와 공동 국정 운영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재판부는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민심 수습과 안정을 위해 행정부와 여당이 서로 협력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피력한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