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1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원 양형위원회 회의 모습. /뉴스1

앞으로 동물을 학대해 죽이는 경우 죄질이 무거우면 최대 징역 3년까지 처벌받게 된다. 직장 내 성추행 등 보호·감독 대상자에 대한 성범죄 양형 기준도 새로 마련됐다. 사기 범죄와 보이스피싱 등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도 더 무겁게 처벌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24일 이 같은 범죄에 대한 형량 기준을 신설·강화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기준은 오는 7월 1일 이후 기소되는 사건부터 적용된다. 양형 기준은 판사들이 형량을 정할 때 참조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은 이번에 신설됐다. 동물복지와 동물의 생명권 등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인식이 높아진 점을 반영한 것이다.

동물을 죽이면 징역 4개월~징역 1년 또는 벌금 300만~1200만원의 형량이 기본적으로 권고된다. 반복적으로 잔혹하게 죽인다면 징역 2년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는데, 죄질이 무거워 ‘특별 조정’할 경우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했다. 동물에 고통을 주거나 다치게 하면 징역 1년 6개월까지 가중 처벌할 수 있다.

양형위는 보호·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한 성범죄 양형 기준도 새로 마련했다. 직장 상사와 부하 또는 성인과 미성년자 등 수직적 관계에서 간음(성관계)·추행을 저지른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성추행은 가중 처벌 시 징역 2년, 간음은 징역 2년 6개월까지 선고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죄질이 무거워 특별 조정하면 더 늘어날 수 있다. 지하철 등 공중 밀집 장소에서 다른 사람을 추행하는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도 만들어졌다.

전체 성범죄 양형 기준의 참작 사유에서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는 삭제했다. 성범죄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기습 공탁’을 한 뒤 감형 받는 일이 종종 발생해 논란이 됐다. 양형위는 “공탁은 피해 회복 수단에 불과하지만, 공탁만으로 당연히 감경 인자가 되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사기 범죄의 양형 기준은 2011년 설정된 후 이번에 처음 상향됐다. ‘일반 사기’는 사기 금액이 300억원 이상일 때 최대 징역 13년에서 17년으로 높이고, ‘조직적 사기’는 50억~300억원이면 최대 징역 11년에서 17년으로 강화했다. 두 경우 모두 특별 조정하면 무기징역이 가능하다. 조직적 사기 금액이 300억원 이상이면 특별 조정과 상관없이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보이스피싱의 매개가 되는 대포통장 거래 등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범죄도 권고 형량이 전반적으로 올랐다. 특히 범죄 이용 목적의 범행인 경우 가중 처벌 시 최대 징역 2년 6개월에서 징역 4년으로 상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