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안을 의결할 때 의결정족수를 대통령 기준(200명)이 아닌 국무위원 기준(151명)으로 하는 게 맞는다’는 판결을 내놨다. 이렇게 되면 직무에 복귀한 한 총리가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한 총리를 또 탄핵할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거대 야당이 정부를 무력화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헌재는 이날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에 적용되는 의결정족수는 본래 신분상 지위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인 국회 재적 의원의 과반수 찬성이므로, 이 사건 탄핵소추는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관 8명 중 6명이 같은 의견을 냈다.
다만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대통령만큼이나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국가적 혼란 발생의 방지 등을 위해 탄핵 제도의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도 대통령 기준의 의결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재판관은 또 “현행법상 장관은 탄핵 대상이 되지만 차관은 그렇지 않다”며 “본래 직위만을 기준으로 탄핵소추 요건을 정한다면,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도 탄핵소추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국민의힘은 유감을 표했다. 법조인 출신 권성동 원내대표는 “헌재가 거대 야당에 무제한 탄핵 면허를 부여한 것”이라며 “앞으로 대통령이 직무 정지될 경우에 다수당이 권한대행, 대행의 대행, 대행의 대행의 대행까지 탄핵을 남발할 수 있는 최악의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했다.
국무위원 ‘줄탄핵’으로 국무회의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무회의는 국무위원(장관급) 11명 이상이 참석해야 열릴 수 있는데, 개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헌재가 다수당 횡포에 명분을 준 것으로, 이는 명백히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