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고를 마치고 나와 “검찰과 정권이 나를 잡으려 증거와 사건을 조작했다”며 “그 역량을 산불 예방과 국민의 삶 개선에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겠느냐”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44분 선고를 마치고 서울고법 서관 1층 회전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회전문 앞에 양쪽으로 도열한 민주당 의원 등 60여 명과 지지자들을 향해 허리 숙여 두 차례 인사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취재진 앞에 선 이 대표는 ‘오늘 무죄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자 목소리를 한 차례 가다듬은 뒤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한편으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데 대해 참으로 황당하단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검찰이 자신을 잡기 위해 증거와 사건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그 역량을 우리 산불 예방이나, 우리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나”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많은 사람이 이 일(자신의 선고)에 관심 갖고 이렇게 모여 있는데 사실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 산불이 번져가고, 누군가는 죽어가고, 경제는 망가지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와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대표는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좀 되돌아보고 더 이상 이런 국력 낭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사필귀정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이번 판결이 대권 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 등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기다리던 의원들과 웃는 표정으로 악수를 몇 차례 나눈 뒤, 오후 3시 46분쯤 검은색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법원을 떠났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이날 이 대표에 대해 “공소사실에 대한 증명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이르지 못해 범죄사실 증명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지난해 11월 나온 1심 판단(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뒤집었다. 대법원에서 이번 2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이 대표는 향후 대선 등에 출마하는 데 지장이 없게 된다. 선거법 사건의 법정 선고 기한은 오는 6월 26일이다.

이날 법원 청사 안에는 이 대표 지지자 100여 명도 모여 이 대표의 선고를 기다렸다. 이들 중 일부는 펜스를 설치한 구역 안으로 이동하라는 경찰의 지시에 따르지 않아 마찰을 빚었다. 이 대표의 ‘김문기(전 성남도개공 처장)를 몰랐다’는 발언, ‘백현동 국토부 협박’ 발언 등에 대해 허위 사실 공표로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보도될 때마다 이들은 “이재명 무죄”를 외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일인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이 이 대표의 무죄 판결 소식에 기뻐하고 있다./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