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오전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사건 2심 선고는 그 결과에 따라서는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뿐 아니라, ‘정치인의 거짓말’을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재판이 될 전망이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사소한 것이라도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엄벌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때도 TV 토론에서 거짓말을 한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이른바 ‘표현의 자유가 숨 쉴 공간’이라는 법리를 통해 기사회생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 대표 발언은 TV 토론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장에서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숨 쉴 공간’이냐 ‘숨을 공간’이냐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때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위기를 맞았다. 2012년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보건소장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TV 토론회에서 “그런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한 게 문제가 됐다.

이 대표는 2심에서 당선 무효형(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2020년 7월 무죄 취지로 이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가 필요한 숨 쉴 공간, 즉 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적인 공간이 있어야 한다”며 “토론 중 질문‧답변이나 주장‧반론하는 과정에서 한 표현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한 게 아니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선고로 이 대표는 경기지사직을 유지하고 지난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었다.

당시도 학계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논문에서 “선거 후보자의 토론 중 허위 사실 공표가 상당 부분 허용된다는 잘못된 기준을 세운, 민주적 선거에 역행하는 판결”이라고 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과대학장은 본지 통화에서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가 ‘숨 쉴 공간’이 아닌 거짓말이 ‘숨을 공간’을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판결은 2022년 대선 때 대장동 개발 비리가 터지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대장동 일당이 50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는 이른바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됐던 권순일 전 대법관이 대법관 시절 이 대표 판결을 주도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권 전 대법관은 대장동 개발 업자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활동했다.

그래픽=양진경

◇‘국감장 거짓말’도 기사회생?

이번에 검찰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한 이 대표의 발언은 대략 세 가지다. 2021년 10월 국정감사에 나가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한 부분, 같은 해 12월 방송에 출연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이었던 고(故) 김문기씨에 대해 “성남시장 시절에 몰랐다” “2015년 호주 출장 때 김씨와 골프 친 적 없다”고 말한 부분이다. 1심은 김씨를 몰랐다고 한 것은 공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두 발언은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이면 당선이 무효가 되는데 그보다 훨씬 강한 처벌을 선고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발언 자체만 보면 사소한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정치인의 거짓말은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등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법원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하는 거짓말은 더 중대하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심에서도 ‘국토부 협박이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 대표의 국정감사 발언이 무죄가 된다면 앞으로 국감장은 ‘거짓말 룸(room)’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 법조인은 “입법부가 국정 실태를 파악하고 행정부를 감시하는 국정감사에서의 거짓말을 법원이 허용한다면 삼권분립 원칙을 흔드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결과든 정치권 요동

2심 결과가 어떤 쪽이든 정치권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이 대표가 무죄나 벌금 100만원 미만 형을 선고받으면 정치적으로 날개를 달게 된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도 의원직과 차기 대통령 피선거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를 가정한 조기 대선의 가장 큰 장애물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재명 일극 체제’라 불릴 정도로 민주당을 장악한 이 대표에게 도전할 당내 경쟁자들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윤 대통령 탄핵까지 인용된다면 보수층의 강력한 반발로 진영 간 갈등 양상이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반대로 이 대표가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벌금 100만원형 이상을 선고받으면 이 대표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선거법 사건 외에도 대장동,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등 8개 사건 12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당내에서 ‘선수 교체론’이 불거질 수 있다. 만약 조기 대선이 치러지는 경우가 생긴다면 선거 전에 대법원이 이 대표 사건에 확정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이 대표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 기한은 6월 26일인데 이를 대선 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