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대장동 사업 민간 업자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는데도 출석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과 24일, 28일에 이어 이날까지 네 차례 증인 소환에 전부 불응했다. 앞서 재판부는 이 대표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나오지 않았다며 과태료를 두 차례 부과했지만, 이 같은 처분도 통하지 않자 “다음 기일에 출석 여부를 한 번 더 보고 증인 신문 절차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에 대한 강제 구인 절차를 진행하거나, 증인 신문을 아예 생략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의 배임 혐의 재판을 열었다. 김씨 등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임 당시 성남시와 유착해 대장동 사업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현재까지 재판만 170차례 넘게 진행된 이 사건은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치면 약 4년 만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
이날 재판에선 이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 대표가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서 재판은 16분 만에 끝났다. 앞서 재판부는 이 대표에 대한 증인 신문이 6차례 정도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 세 번의 기일과 이날, 오는 7일과 14일에 출석 요구서를 발송한 상태다. 이 대표 측은 지난달 14일 불출석 사유서를 냈지만 재판부는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이 대표가 불출석 사유서를 추가로 제출한 사실을 알렸다. 불출석 사유서에는 이 대표가 여러 혐의로 기소돼 당 대표 활동과 의정 활동이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고, 대장동과 관련한 입장은 자신이 피고인으로 진행 중인 또 다른 재판에서 이미 밝혔다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바쁘다고 하는데 피고인들도 여러 재판에 출석하느라 일상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장동 사업 진행 전반에 대해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신문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재차 불출석 사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검사 측도 반발했다. 검사 측은 “법은 모든 국민에게 증언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증인이 이를 누구보다 잘 알 것임에도 재판부와 다수 검사, 변호인, 피고인을 헛걸음하게 해서 재판이 공전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원칙대로 구인 절차를 밟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증인이 소환장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법원은 강제 구인장을 발부할 수 있다.
다만 재판부는 이 대표가 현직 국회의원 신분인 만큼 강제 구인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국회법에 따라 4월과 5월 임시회가 잡혀있는 것으로 보이고, 국회의원은 헌법상 불체포 특권이 있기 때문에 강제조치가 가능한지 계속 고민 중”이라며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 절차가 필요해 동의안건 부의(附議) 여부 등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약 7일에도 나오지 않으면 지금까지 상당한 증거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증인 신문 없이) 이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