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이 경찰 간부에게 “포고령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된다”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7일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등 4명의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임정주 경찰청 경비국장은 “(계엄 당시) 군이 국회 경내에 있는 장면을 TV로 지켜볼 때 조 청장이 지나가는듯이 ‘이제 왔네’라는 뉘앙스로 말한 것을 기억한다”고 진술했다. ‘조 청장이 계엄군이 늦게 왔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 맞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임 경비국장은 “그 뉘앙스”라고 답했다.
검찰 측은 ‘국회에 투입된 기동대가 왜 국회 안쪽까지 들어가 월담한 인원들을 막았느냐’고 물었고, 임 경비국장은 “서울청이 자체적으로 무전 지시한 것이라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고 했다. 검사가 ‘서울청 지시를 믿고 수비한 것이 맞느냐’고 거듭해서 묻자 “지시 없이 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임 경비국장은 12·3 비상계엄 당일 ‘계엄 포고령에 따라 국회 출입을 통제하라고 서울경찰청에 전달하라’는 조 청장 지시를 받아 오부명 당시 서울청 공공안전차장에게 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임 경비국장은 오부명 전 차장에게 ‘국회의원 항의가 많으니 전면 통제를 재고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조 청장에 보고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 청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포고령대로 하지 않으면 우리가 체포된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임 경비국장은 조 청장이 ‘체포’라고 확실히 얘기했느냐는 조 청장 변호인 질문에 “명확히 기억난다”며 “시점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체포’라는 단어를 쓴 것은 기억한다”고 답했다.
이날 국회 외곽 봉쇄에 투입됐던 박만식 서울청 34기동대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김봉식 전 청장이 직접 무전을 통해 “국회 출입을 차단하라”고 지시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비단 당일뿐 아니라 평소처럼 본청과 서울청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 후에 내려오는 지시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 대장은 경찰 무전을 통해 “시민들과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지 말라” “안전에 유의하라”는 지시가 여러 번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도 진술했다. 다만 이 내용을 김 전 청장이 지시했는지, 김 전 청장의 지시라며 다른 사람이 전달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윤승영 전 수사기획조정관의 변호인은 임 경비국장에게 “조 청장과 윤 전 조정관이 나누는 대화에서 ‘이재명’, ‘한동훈’ 등 이름을 들은 기억이 있느냐” 질문했고, 임 경비국장은 “전혀 없다. 매우 특별한 단어니까 들었으면 기억이 날 텐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조 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은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봉쇄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체포조 운영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 1월 8일 구속기소 됐다. 윤승영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과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 역시 이에 가담한 혐의로 2월 28일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다음 재판에서 구민회 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피고인들이 ‘정치인 체포조’ 운영에 관여한 혐의를 들여다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