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살포된 마약이 담긴 음료수. / 강남경찰서 제공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발생한 ‘마약 음료 시음’ 사건의 주범이 대법원에서 징역 23년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최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마약 음료 제조책 이모(28)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중국 칭다오 일대에서 활동하는 범죄집단 조직원이던 이씨는 2023년 초 대치동 학원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마약 음료를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에 있는 공범들은 이씨의 지시에 따라 중국산 우유에 필로폰을 나눠 담아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한 뒤, 그해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라며 미성년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인근 고등학교 학생 등 13명이 마약 음료를 받아 9명이 마셨고, 일부는 환각 증상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씨 일당은 학생들에게 이름과 부모 연락처 등을 받아 “자녀가 필로폰이 든 음료를 마셨다. 경찰에 신고하면 일이 커지니 1억원을 준비하라”고 협박했지만, 피해 학부모들이 경찰에 신고하며 돈을 받는 데 실패했다.

경찰은 국내에서 마약 음료를 제조·공급한 공범들을 먼저 붙잡은데 이어, 중국 공안과의 협조를 통해 이씨를 현지에서 검거했다. 이씨는 2023년 12월 국내로 송환됐다.

1심은 “보이스피싱 범죄와 마약 범죄를 결합시킨 새로운 유형의 범죄로, 처음부터 미성년자와 그 부모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2심과 대법원도 동일하게 판단했다.

한편, 마약 음료 제조·공급 혐의로 먼저 기소된 공범 3명은 작년 8월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7~18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