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티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 책임자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등 그룹 경영진이 8일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해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이영선)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 10명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이 공소 사실을 설명하고 피고인들 각각이 혐의를 인정하는지 확인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검찰은 먼저 공소 요지를 밝히고 “피고인들은 구영배가 지배하는 큐텐의 재정난 해소 등을 위해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의 자금을 소위 쥐어짜듯이 뽑아내 유용했다”며 “그 결과 33만명 피해자들에게 1조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사기 피해를 가했다”고 했다.
피고인들은 모두 이를 부인했다. 구 대표 측 변호인은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사실관계 및 법리적 측면에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경영 판단에 따라 한 행위들이 비록 피고인이 원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지만, 이를 배임·횡령 등 형사적 책임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류광진 대표 측은 “여러 피해자가 생긴 것에 송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면서도 “구영배 대표가 주도한 이 사건에서 대표직을 수행한 것에 불과한 류 대표에게 죄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류화현 대표 변호인은 “공소사실 대부분은 피고인이 대표가 되기 전 이뤄져 종결된 행위”라고 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계열사 임원진 전원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은 “실무 담당자로서 직무를 수행했을 뿐 그룹 내부 거래 내용이나 회사 재무 상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없는 지위에 있었고, 사기나 횡령을 공모할 의도나 이유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구 대표 등은 판매대금 정산이 어려울 것을 알면서도 ‘돌려막기’ 방식으로 영업을 이어가며 1조8000억원대 대금을 가로챈 혐의(특경법상 사기)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판매자(셀러)들에게 정산해줘야 할 대금 500억여원을 이커머스 업체 ‘위시’ 인수에 돌려 쓰고(횡령), 큐텐의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목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과정에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에 판촉 비용 등 총 727억원을 떠넘겨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있다.
한편 검찰은 구 대표에 대해 세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되며 구 대표 등 피고인들은 모두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지난 두 차례 공판 준비기일에 나오지 않았던 구 대표는 이날 법정에 출석했다. 오는 22일 두 번째 재판에는 검찰과 구영배·류광진 대표 등 피고인 측이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구체적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