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징역형과 벌금형에 따른 노역장 유치의 형(刑) 집행 순서를 바꿔 수형자의 출소일이 늦어졌더라도 이는 검사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누범(형기를 마치고 3년 내 재범) 가중처벌 기간을 결정할 때도 늦어진 출소일을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특수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4년 3가지 혐의로 각각 재판을 받아 형이 확정됐다. 특수강도죄로 징역 2년 6개월, 폭행죄로 벌금 70만원,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원을 받았다. A씨는 같은 해 1월 23일부터 수감 생활을 시작했다.
검사는 A씨가 복역 중이던 2015년 3월 21일부터 징역형 집행을 멈추고 53일간 노역장에 유치했다. A씨가 벌금을 내지 않자 하루 5만원으로 계산한 기간 노역하게 한 것이다. A씨는 그해 5월 13일부터 나머지 징역을 산 뒤 2016년 9월 16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문제는 A씨가 출소 후 3년이 되지 않은 2019년 9월 4일 특수상해 범행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지면서 불거졌다. 형법상 금고 이상의 형 집행이 종료된 지 3년 내 다시 범행을 저지른 사람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어 형량이 쟁점이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자의로 형 집행 순서를 바꿔 출소일이 부당하게 늦춰졌다고 보고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수감 생활을 시작하고 쭉 징역형을 산 것으로 간주해 출소일을 2016년 7월 22일로 봐야 하고, 그러면 누범 기간이 지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형 집행 순서의 변경이 수형자에게 누범 기간 및 집행유예 결격 기간의 장기화 등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검사가 임의로 자유형 집행을 정지한 채 노역장유치를 먼저 집행하도록 지휘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검사가 집행 순서를 변경한 것은 적법하며,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한지 여부는 기간은 A씨의 실제 출소일인 2019년 9월 16일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사후적으로 평가할 때 형 집행 변경을 지휘해 징역형 집행 종료일이 늦춰지게 됐더라도, 검사가 지휘 당시부터 A씨에게 의도적으로 부당하게 불이익을 가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처음부터 A씨가 3년 내 범행을 다시 저지를 것을 알고 가중 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형 집행 순서를 바꾼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