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상행위(商行爲·거래)를 통한 채무에 적용되는 법정이자율을 금리·물가 등에 따라 조정하는 방향의 내용을 담은 상법 일부 개정안을 16일 입법 예고했다. 법정이율이란 민사소송에서 당사자 간 약속이 없을 경우 채무 지연 이자, 보증금 등 각종 손해배상액의 산정 기준이 되는 이율이다.
현행 상법 제54조는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이율을 연 6%로 규정하는데, 일각에서는 경제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이율을 적용할 수 없게 한다고 비판했다. 예컨대 시중 금리가 이보다 낮을 경우, 채권자 입장에서는 채무를 늦게 상환받는 게 이득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법무부도 개정 이유로 “시장이율은 지속적으로 변동하는데 법정이율은 민법·상법 시행 이후 계속 고정돼 있어 법정이율과 시장이율의 차이에 따른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익을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에 금리·물가 등 경제사정 변동에 따라 법정이율이 변화하도록 해 경제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채권자와 채무자의 불합리한 이익이나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다음 달 26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최근 법정이율을 고정한 현행 민법(5%)과 상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재판관 7대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때 김형두 재판관이 유일하게 “법정이율과 시장이율 격차가 커지면 경제적 형평성을 해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추완이행 청구권(채무자가 급부 의무를 불완전 이행한 경우 완전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신설하고 일반 국민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상법의 “표현(表見)대표이사”를 “외관대표이사”로, “표현지배인”을 “외관지배인”으로 용어를 수정하는 내용 등도 담겼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월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겠다”며 법정이율 변동제를 도입하는 민법 개정안도 입법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