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 조직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사건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활동 지침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지침을 일부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가안보 등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없는 정보는 공개해도 된다는 취지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최근 충북동지회 연락책 박모(54)씨가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는 북한 공작원의 지시와 지령문 등이 담긴 파일을 받은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2심 재판 중이다.

그래픽=박상훈

박씨는 간첩 사건 1심 재판 도중 국정원이 자신을 장기간 불법적으로 사찰하고 위법하게 증거를 수집해 기소했다고 주장하며 2021년 10월 18일 국정원에 정보공개 청구를 제기했다. 수사 절차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정원법에 따라 제정된 정보활동기본지침 1~12조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이다. 국정원이 이를 거부하자, 박씨는 소송을 냈다.

정보공개법은 국가안보·국방·통일·외교 등에 관한 사항으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로 규정한다. 재판에서는 국정원의 지침이 비공개 대상인지 등이 쟁점이 됐다. 국정원은 해당 지침을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하고, 외부에 공개하진 않았다.

1심은 비공개로 지침을 열람해 심사한 후 “구체적인 정보 활동 절차를 규정한 7조를 제외한 나머지 조항은 비공개 대상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지침 대부분의 내용이 국정원법 조항에 규정된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다. 2심은 7조에 더해 6·11조는 비공개하고 나머지는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박씨와 국정원 양측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정보공개법 해석에 관한 법리 오해나 사실 오인의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한편, 박씨를 제외한 다른 충북동지회 위원장 손모씨 등 관계자 3명은 지난달 대법원에서 실형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