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광역시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의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 연합뉴스

2021년 광주광역시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의 원청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가 내린 영업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9부(재판장 김국현)는 21일 현대산업개발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영업정지 처분 취소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대산업개발의 건축물 해체 공사가 부실했고, 중대한 과실도 있었다”며 “영업정지 처분 사유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2021년 6월 광주 학동 재개발 4구역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인근을 지나던 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사고가 발단이다. 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2월 주택재개발 정비사업 조합과 2282세대를 건축하는 재개발 시공 계약을 체결하고, 2020년 9월 하도급 업체 등을 통해 해체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부실 시공이 이뤄지면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2022년 3월 “현대산업개발이 해체 공사를 부실하게 해 건물이 붕괴되고 인명 피해를 끼쳤다”며 8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현대산업개발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며 불복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그해 4월 “서울시 처분을 1심 판결 선고 이후 30일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는데, 이날 판결에 따라 효력정지가 종료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건물 해체 과정에서 내력이 저하되고 하중 지지구조가 변경되는 등 구조적 불안전성을 유발할 수 있었다”면서 “현대산업건설이 구조 안전진단 등 안전성 평가를 했어야 하는데, 이러한 안전조치를 취하거나 지시하지 않고 만연히 방치했다”고 밝혔다. 또 약 30t(톤)인 굴착기를 사용하면서도 안전유도자를 배치하지 않고, 지반이 불균형하게 침하하는 것을 방지하지 않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현대산업개발은 법령상 직접 인정되는 주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다. 그중 하나라도 이행했다면 사고를 방지하거나 적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중과실이 있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건물의 해체 공사가 부실하게 시공된 것은 명백하고, 이는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것과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영업정지 8개월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없다”고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즉시 항소하면서 1심 판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산업개발 측은 “이번 판결은 고객과 주주,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항소가 불가피하다”며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은 행정처분과 무관하게 공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