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거래 혐의를 받는 명태균(55)씨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에 출마하려던 배모씨와 함께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배씨는 공천을 대가로 명씨 측에 1억2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지사 측은 “당시 명씨와 배씨가 찾아온 것은 맞지만, 공천과 관련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하고 돌려보냈다”는 입장이다.

공천 대가 돈 거래 혐의로 구속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난 명태균씨가 22일 오전 창원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22일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 김인택) 심리로 열린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4차 공판에는 김 전 의원의 보좌진이었던 김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명씨가 2022년 대통령 선거와 6·1지방선거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를 방문할 당시 차량을 직접 운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씨는 이날 검찰 측 신문 과정에서 “지난 2022년 4월쯤 명씨, 배씨와 함께 경북도청을 찾아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났다”고 증언했다. 배씨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고령군수로 출마하려던 인물이다. 그는 공천을 대가로 명씨와 1억2000만원을 주고받은 혐의로 명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이날 “(경북도청을 찾았던 그날)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날씨가 매우 맑았고, 도청 조경이 잘 돼 있었다는 기억이 있다”며 “당시 명씨와 배씨는 도지사실에 들어가 이철우 도지사를 직접 면담했고, 나는 비서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 지사와의 자리에 동석하지 않아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뉴스1

검찰은 당시 명씨와 배씨가 이 지사를 만난 것이 배씨 공천 문제 때문으로 의심하고 있다. 배씨는 고령군수 예비후보에 출마하려던 자이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만났기 때문이다. 또 군수 공천에는 지역 국회의원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데, 고령 지역 국회의원인 정희용 의원은 경북도 민생특별보좌관,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내는 등 이 지사 측근으로 분류된다.

이에 대해 이철우 지사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명씨와 배씨를 만난 적은 맞다”면서도 “다만 (이 지사가)‘공천을 논할 자리에 있지도 않았고, 정치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해 본 적도 없다’고 말하고 돌려보냈다”고 했다. 또 “(이 지사는)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지낼 당시에도 공천과 관련해서는 지역사회 여론, 민심을 최우선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배씨는 결과적으로 2022년 지방선거에서 공천받지 못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선 김씨는 명씨가 자신의 인맥 등을 앞세워 공천에 개입하려 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갔다.

검찰이 ‘명씨, 배씨와 함께 서울 아크로비스타를 방문한 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김씨는 “창원에서 명씨를 태우고 고령으로 가 배씨를 태운 다음 갔다”고 했다. 명씨와 배씨가 아크로비스타에서 누구를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에 누가 사는지는 알고 있었다고도 했다.

22일 창원지법에서 열린 4차 공판에 출석하는 김영선 전 의원. /뉴시스

김 전 의원과 관련해서는 “명씨가 이준석 의원(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에게 김 전 의원이 공천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고, 이 의원은 명씨에게 ‘김 전 의원을 파리 대사로 보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며 “같이 차 안에 있을 때 그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대사는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다”며 “프랑스 대사를 긴히 대통령에게 추천할 수 있는 위치인데, 윤리위에서 상상납으로 누명쓰고 날아간다는 말이냐”고 반박했다.

이어 “선거 시즌이 되니 생태탕 수준의 아무 말이 쏟아진다”고 했다.

명씨 측 변호사는 김씨에 대한 신문에서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 소장과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며, 김씨 증언에 신빙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지난해 10월 검찰 조사 직전 김 전 소장과 한 통화에서는 여러 상황에 대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다가, 이후 검찰 조사에서는 세세한 날짜까지 언급한 것을 두고 “김 전 소장에게 상황 설명을 듣고 난 후 그것이 자신의 기억인 듯 착각해 검찰에 진술한 것 아니냐”고 했다.

한편, 지난 9일 보석으로 풀려난 후 첫 재판을 받는 명씨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유력 정치인과의 연루 의혹을 반박했다. 명씨는 “지난 12일 SNS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박형준 부산시장의 전화번호 자체가 없을 뿐더러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공익제보자인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씨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2020년 11월 말이나 12월 초 박 시장이 명씨를 찾아와 도와달라고 얘기했고, 비공표 여론조사가 6, 7차례 진행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22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뉴스1

명씨는 또 2022년 대구시장 과정에서 홍준표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비용 수천만원을 홍씨 측근으로부터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감옥에 있는 저를 9차례나 고소한 홍 시장을 두둔할 리 있겠느냐”며 “그에게 현금을 받은 건 없다. 김태열 전 소장이 수표 2장 받아 개인 카드값으로 쓰고, 강씨가 사비로 썼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