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현직 변호사로서 수년째 법조를 취재해왔습니다. 뉴스 속의 법 이야기를 알기 쉽고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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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뇌물죄로 기소했습니다. 사위였던 서모씨가 이상직 전 의원이 실소유한 태국 저가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임원으로 취업해 월급과 집세 등으로 총 2억 1700만원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기소된 수뢰액이 억대여서 형법 대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이 적용됐습니다. 법정형만 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에 달합니다.

이 사건은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서모씨의 특혜 취업 의혹에 대해 2021년 12월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내면서 시작됐습니다. 검찰은 “직원 채용 필요성이 없었던 타이이스타젯에 항공업 관련 능력을 전혀 갖추지 못한 서씨를 상무 직급 임원으로 채용하고 급여 , 태국 내 주거비 명목으로 총 2억 17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혜 취업’을 뇌물죄로 기소한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소 요지에 따르면 이상직 전 의원은 2018년 4월 딸 문다혜씨 가족이 생활할 태국 내 주거지, 아들이 다닐 국제학교 정보 등을 파악해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을 통해 다혜씨 부부에게 제공했습니다.

또한 태국 현지에 ‘월 급여 800만원, 상무 직급, 주거비 제공’의 조건으로 서씨 채용을 지시했는데, 월급은 회사 대표보다 두 배 높았고 주거지는 월 차임 350만원이 넘는 고급 맨션이었다고 합니다. 즉 이 전 의원이 다혜씨 부부의 태국 생활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는 것입니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대가성과 직무관련성 있는 금품을 받아야 합니다.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가 원수이자 정부 수반으로 각 행정부처 및 공공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이상직 전 의원이 2016년 20대 총선 당내 경선에서 떨어지고 다음 총선에 출마하는 등 정치적 재기를 도모하는 과정이나, 2017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내정된 과정, 이스타항공을 운영하면서 평양 방북예술단 전세기를 띄우는 등 사업확장 과정 등이 문 전 대통령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라는 논리입니다.

공직자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금품이나 금전적 혜택을 받은 경우 보통 ‘제3자뇌물죄’가 적용됩니다. 공직자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점이 추가로 입증돼야 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일반 뇌물죄가 적용됐습니다. 검찰은 “대통령의 범행에 딸과 사위가 가담했다”는 입장입니다. 즉 문 전 대통령과 딸, 전 사위를 모두 공범으로 본 것입니다.

이들 부부가 청와대 민정비서관, 특별감찰반장으로부터 평소 친분이 전혀 없는 이상직 전 의원 측이 준비한 태국 현지 정보를 전달받아 태국 이주를 직접 결정했고, 청와대 공무원들이 이주 준비과정에서부터 이 전 의원과 긴밀히 연락한 점 등을 볼 때 문 전 대통령이 다혜씨 부부와 함께 뇌물을 받았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문 전 대통령의 인식과 공모 여부입니다. 즉 다혜씨 부부의 태국 이주와 서씨의 취업에 문 전 대통령이 개입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그간 “서씨 취업에 대해 사전에 몰랐고 특혜취업도 아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다혜씨 부부의 태국 이주과정에서 청와대 공무원들이 관여한 정황 등을 근거로 문 전 대통령과 다혜씨, 서씨가 공모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청와대 비서관 등이 관여한 만큼 대통령이 몰랐을 리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다혜씨와 서씨는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의 기소로 형벌권 행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기소를 유예했습니다.

이날 기소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전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사위를 상무 직급 임원으로 채용하게 했다고 히지만 어떻게 그런 채용을 하게 했는지는 전혀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소설 같은 주장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전주지검에서 수사한 이 사건은 관련자들의 소재 등을 고려해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됐습니다. 이로 인해 중앙지법 피고인석에 또 한명의 전직 대통령이 서게 됐습니다.

대통령 사위의 취업, 체류비 지원 등이 뇌물로 다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 전 대통령의 인식 여부, 딸과 전 사위와의 공모 여부, 직무관련성, 대가성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적 다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